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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 대신 따뜻한 햇살을'…천계영이 만든 웹툰작가 전용카페

송고시간2022-05-19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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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일반 카페와 닮은 듯 다른 이곳은 한국 대표 만화가 천계영 작가가 운영하는 여성 웹툰 작가 전용 카페 '좋아하면 울리는'(러브알람)이다.

후배 작가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서울 마포구에 열린 작업실 형태로 만들었다.

18일 찾아간 '좋아하면 울리는' 웹툰 카페는 작가들만을 위한 작은 '위워크'를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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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 '좋아하면 울리는' 8년 대장정 마치고 후배들 위한 작업공간 마련

여성 작가면 누구나 이용 가능한 '열린 작업실'…내달 2일 정식 오픈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외관은 평범한 카페 같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노래 대신 나지막한 백색소음이 들려온다. 바 테이블 형태 좌석에는 작화 작업용 LED 라이트 박스와 독서대가 놓여 있다.

일반 카페와 닮은 듯 다른 이곳은 한국 대표 만화가 천계영 작가가 운영하는 여성 웹툰 작가 전용 카페 '좋아하면 울리는'(러브알람)이다. 후배 작가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서울 마포구에 열린 작업실 형태로 만들었다.

몸과 정신을 갈아 넣으며 만화를 그려내는 작가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웹툰 작가들을 위한 카페
웹툰 작가들을 위한 카페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천계영 작가가 후배들을 위해 웹툰 작업에 특화된 공간인 '웹툰 카페'를 열었다. 사진은 18일 서울 마포구에서 시범 운영 중인 웹툰카페 모습. 2022.5.19 jin90@yna.co.kr

18일 찾아간 '좋아하면 울리는' 웹툰 카페는 작가들만을 위한 작은 '위워크'를 연상케 했다.

모여 앉을 수 있는 테이블부터 창밖이 보이는 바까지 원하는 좌석에 자유롭게 앉아 작업할 수 있다. 아이패드를 놓고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장비, 손 풀기용 트레이스(따라 그리기)를 위한 연필과 종이 롤까지 갖췄다.

특히 백색소음 형태의 노이즈를 틀어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일반 카페와 같은 노래를 틀어주면 작가들이 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배려에서다.

단순히 공간만 나눠 쓴다고 생각하기에는 곳곳에서 천 작가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진다.

오래 앉아서 일하는 작가들을 위해 코어 근육을 잡아주는 액티브 의자부터 칼슘 함유 생수와 간식, 화초까지 모두 천 작가가 손수 골랐다.

천 작가도 이곳에서 후배들과 함께 신작 작업을 하며 아낌없는 조언도 해줄 것이라고 한다.

카페 안에는 익명으로 편하게 질문을 할 수 있는 메시지 접수함도 마련됐다. 질문이 모이면 천 작가가 유튜브를 통해 직접 답변하기로 했다.

다만, 이곳은 친목을 위한 커뮤니티보다는 익명성 속에 자유롭게 오가는 카페를 지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천 작가는 카카오채널 글을 통해 "웹툰 카페는 커뮤니티를 지향하지 않는다"며 "이곳의 이름을 '카페'라고 부른 것도, 모두가 손님처럼 왔다가 손님처럼 사라져야지만 이곳에 있는 동안 편히 일에 몰두하실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도서관처럼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적당히 연필 떨구는 소리를 내고, 적당히 떠들고, 적당히 타이핑 소리를 내고, 적당히 무심한 그런 공간. (…) 그래서 더 자유롭고, 그래서 더 일이 잘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천계영 작가에게 보내는 메시지
천계영 작가에게 보내는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천계영 작가가 후배들을 위해 웹툰 작업에 특화된 공간인 '웹툰 카페'를 열었다. 사진은 18일 서울 마포구에서 시범 운영 중인 웹툰카페에서 천계영 작가에게 메시지를 쓰고 있는 관계자. 2022.5.19 jin90@yna.co.kr

여성 웹툰 작가라면 누구나 카카오 채널을 통해 이용 날짜를 예약하고 입장료 1만원(시범운영 기간 5천원)을 내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공간을 고려하고 여유로운 작업을 위해 하루 이용 인원은 12명으로 제한했다.

지난 6일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는데 벌써 카카오 채널 가입자만 500명을 넘어섰다. 천 작가가 카페 운영 공지를 올린 트윗도 5천회 이상 리트윗된 상태다.

회원도 따로 모집 받고 있다. 플랫폼에 무관하게 한 작품을 30회 이상 연재한 여성 작가를 대상으로 하며, 워크숍, 카페 우선 예약 기회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카페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밤낮이 뒤바뀌거나 야행성인 웹툰 작가들이 많지만, 오랜 기간 계속해서 일하려면 남들처럼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자는 작은 습관이 중요하다는 천 작가의 지론이 담겼다.

천 작가는 카카오채널을 통해 "오래 만화가로 일하는 비결은 제가 잘 알려줄 수 있을 거 같다"며 "낮밤을 바꿔 살거나 며칠씩 밤샘을 하면 당장은 괜찮을 수 있지만, 건강이 무너지는 순간이 온다. 햇빛을 매일 봐야 하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자주 외출하라고 웹툰 카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천계영 작가
천계영 작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넷플릭스 제공]

천 작가는 1996년 데뷔해 올해 약 30년째 현역으로 일하며 한국 순정만화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특히 만화 '오디션'·'언플러그드 보이'부터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까지 단 한 순간도 트렌디함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최근작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끈 '좋아하면 울리는'은 2014년 9월 연재를 시작해 이달 4일 완결됐다.

8년간의 대장정이 마무리됐지만, '좋아하면 울리는'의 세계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웹툰 속 '좋알람'(10m 내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알람이 울리는 앱) 설정을 후배 작가들이 작품에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좋알람 유니버스'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웹툰 카페도 '좋아하면 울리는'을 기념해 만든 만큼 애독자들이 관련 굿즈를 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놨다.

카페 정식 오픈은 다음달 2일부터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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