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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주사위·신안선 동전…큐레이터가 전하는 유물 이야기

송고시간2022-05-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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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유물로 가득한 박물관은 이야기의 보고(寶庫)다.

미술사학을 전공한 정명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신간 '멈춰서서 가만히'에서 문화유산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지난해 박물관 학예사들의 실상과 애환을 소개한 에세이 '한번쯤, 큐레이터'를 펴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문화유산을 알려 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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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멈춰서서 가만히' 출간

청자 주사위(왼쪽)와 납석 주사위
청자 주사위(왼쪽)와 납석 주사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유물로 가득한 박물관은 이야기의 보고(寶庫)다. 각각의 문화유산에는 만들고 사용한 사람, 전시를 기획하고 관람한 사람의 사연이 켜켜이 쌓여 있다.

미술사학을 전공한 정명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신간 '멈춰서서 가만히'에서 문화유산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지난해 박물관 학예사들의 실상과 애환을 소개한 에세이 '한번쯤, 큐레이터'를 펴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문화유산을 알려 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권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대신 '느낌이 먼저다', '사랑하면 알게 된다'는 문구를 제시한다.

저자가 고른 문화유산 중에는 '반가사유상', '세한도', '기마인물형 토기', '천마총 유리잔', '윤두서 자화상'처럼 유명한 작품도 있지만,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유물이 적지 않다.

예컨대 고려시대 주사위 두 점은 오늘날 놀이도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푸른빛이 감도는 주사위는 청자이고, 갈색 주사위는 재질이 납석이다.

저자는 주사위에 대해 "1㎝ 내외의 작은 정방형에 진심을 담았다"고 평가한다. 두 주사위로 무엇을 했을지 궁금해하면서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잘 챙겨둬 지금까지 전해진 건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의 효시로 평가되는 신안선에서 나온 동전도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신안선은 1323년 중국에서 일본 규슈로 향하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다. 1976년 시작된 발굴조사를 통해 엄청난 양의 물품이 해저에서 뭍으로 옮겨졌다. 그중 가장 많은 유물이 바로 동전으로, 800만 개가 넘는다.

당시 원나라는 동전이 아닌 지폐를 사용하는 정책을 추진했다고 한다. 활용도가 낮아진 동전을 배에 잔뜩 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일본에서 중국 동전이 화폐로 유통됐다는 설, 일본이 동전을 녹여 대형 불상을 만들려 했다는 설 등을 소개한다. 하지만 어떤 견해가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당대의 명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니 답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저자는 동전을 바라보는 학예사들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그는 "유물을 등록하는 박물관 직원들은 산처럼 쌓인 동전 앞에서 큰 한숨을 쉬었다"며 "한때 누군가의 종교였고 살아가는 이유였던 탐욕의 대상은 이제 그 기능을 잃고 박물관에서 조용히 휴식 중"이라고 설명한다.

이외에도 얼굴무늬 토기, 그물에 매다는 돌인 어망추 등 다양한 유물에 관한 글이 실렸다. 문화재가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는 사람도, 문화재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도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어크로스. 284쪽. 1만6천원.

고려 주사위·신안선 동전…큐레이터가 전하는 유물 이야기 - 2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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