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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영국서 난민 받겠다는 아프리카 르완다

송고시간2022-05-2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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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아프리카는 유럽으로 가는 난민과 '불법 이주민'의 주된 출신지이다.

그런 아프리카의 르완다가 최근 영국의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최대 수만 명의 난민을 이송하기로 양 정부 간 협약이 지난달 맺어지고 영국이 르완다에 건네는 비용은 자그마치 1억2천만 파운드(약 1천915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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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 '불법이주민' 이송·수용 협약…해외 반체제인사 암살 비판 속 논란

지난 22일 영국 도버항에서 국경경비대에 의해 인솔되는 불법 이주민들
지난 22일 영국 도버항에서 국경경비대에 의해 인솔되는 불법 이주민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는 유럽으로 가는 난민과 '불법 이주민'의 주된 출신지이다.

그런 아프리카의 르완다가 최근 영국의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영불해협을 건너온 '불법이주민'과 망명 신청자들을 망명 지위 심사 기간 르완다로 보내 아예 그곳에 정착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 일진 50명 정도가 수주 내 르완다로 건너오기로 됐다.

최대 수만 명의 난민을 이송하기로 양 정부 간 협약이 지난달 맺어지고 영국이 르완다에 건네는 비용은 자그마치 1억2천만 파운드(약 1천915억 원)에 달한다.

난민의 흐름을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거꾸로 돌리는 역발상이다.

유엔 난민기구와 인권 관리들은 난민을 원자재처럼 다루고 이송한다면서 세계난민협약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한다.

난민 입장에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무보트에 기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영국으로 건너갔는데 돌연 본국 송환도 아니고 아프리카로 보내지는 셈이다. 해당 난민이 르완다 출신이 아니면 생면부지의 나라로 보내지는 것이다.

르완다는 국내외 반체제 인사 탄압으로 도마 위에 오른 나라이다. 특히 해외 반체제 인사 암살로 악명 높다.

영국은 그러나 이번 난민 이송 협약을 계기로 르완다 인권유린에 대한 기존 비판을 뒤집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르완다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라고도 말했다.

르완다는 난민 그룹 일진 도착에 앞서 이들이 머물 리조트 호텔 사진들을 공개했다. 수영장까지 갖춘 곳이다.

르완다가 영국에서 이송될 불법이주민을 수용하겠다는 시설 전경
르완다가 영국에서 이송될 불법이주민을 수용하겠다는 시설 전경

[로이터/스트링어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르완다가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유엔, 이스라엘 등과 합의하고 수백 명의 망명객을 받아들였다. 또 인접국 민주콩고공화국, 부룬디 출신 위주로 13만 명의 난민이 이미 와 있다.

영국 입장에서도 그간 합법적 난민은 대거 수용했다면서 가까운 예로 아프가니스탄 난민 1만5천 명을 데려오고 우크라이나인 10만 명에게 비자를 내준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수천km 떨어진 영국에서부터 아프리카 국가가 난민들을 수송해 받아들이는 것은 선뜻 수긍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프랑스어권이면서도 영연방 국가인 르완다는 강원도와 경기도를 합친 정도 크기에 인구는 1천300만 명이다. 아프리카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

지난 1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에서 현지 해외특파원단과 만남을 가진 미켈라 롱은 르완다에 대해 인권 탄압국이 난민을 수용하는 것에 탐탁지 않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BBC,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출신으로 아프리카를 30년 가까이 취재한 작가인 그는 르완다 현지인 대부분이 주변 눈치를 보고 할 말도 맘대로 못하는 억압적 분위기라고 전했다.

남아공 현지특파원단과 대담하는 미켈라 롱(우)
남아공 현지특파원단과 대담하는 미켈라 롱(우)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1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카페에서 아프리카 전문 작가 롱이 특파원들과 대담하고 있다. 2022.5.26 sungjin@yna.co.kr

그는 최근 펴낸 '방해 금지'(Do not disturb)라는 저서에서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정권이 지난 2014년 요하네스버그 근교 샌튼의 한 호텔에서 패트릭 카레게야 전 해외정보부장을 목 졸라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는 사건 등을 조명했다.

그는 자신도 취재 과정에서 신변의 위협과 감시를 받았다면서, 카가메 정권이 과거 르완다 대학살(1994년 당시 100일 동안 후투족이 약 80만 명의 투치족과 온건파 후투족을 학살한 사건)에 기대 국제사회의 동정을 받는 이면에는 이 같은 추악한 진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소수파 투치족 반군 수장 출신인 카가메가 2000년 정권을 잡은 뒤로 다수파 후투족에 대한 편집광적 두려움에 기반해 통치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가메 대통령은 과거 반군 투쟁 당시 동지들을 내치고 자신에 대한 새 세대 충성파들을 요직에 앉히고 있다면서, 그 딸에게도 권력을 물려주려는 의사가 있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르완다가 모델로 삼고 있는 나라는 권위주의적인 싱가포르라고 덧붙였다.

깨끗하고 IT가 발전한 아프리카판 개발독재 국가를 영악하게 지향하는 르완다가 영국으로부터 난민 수만 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대목이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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