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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형제 감독 다르덴 "소수자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길"

송고시간2022-05-3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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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상을 받은 거장 형제 장-피에르·뤽 다르덴 감독은 최근 프랑스 칸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벨기에 출신의 두 감독이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는 아프리카에서 벨기에로 건너온 아이들의 우정을 그린 '토리와 로키타'다.

형 장-피에르 역시 "이들이 시스템의 피해자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의 관점에서 현실을 바라보기를 원했다"며 "덕분에 이들을 지켜본 관객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가깝게 여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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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민자들 우정과 실상 그린 '토리와 로키타'로 칸 75주년 특별상

"극우 포퓰리즘이 두려움 키워…대항하면 더 나은 삶 누릴 수 있어"

벨기에 출신 형제 감독 뤽 다르덴·장-피에르 다르덴
벨기에 출신 형제 감독 뤽 다르덴·장-피에르 다르덴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칸[프랑스]=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는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이지 않게 됐는지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상을 받은 거장 형제 장-피에르·뤽 다르덴 감독은 최근 프랑스 칸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벨기에 출신의 두 감독이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는 아프리카에서 벨기에로 건너온 아이들의 우정을 그린 '토리와 로키타'다. 친남매처럼 서로 의지하는 남자아이 토리와 그보다 조금 더 큰 여자아이 로키타의 여정을 통해 폭력에 노출된 유럽 내 어린 이민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동생 뤽은 "미성년 이민자들의 우정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며 "이들의 생활 환경을 폭로하고 비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피해자로만 묘사되는 것은 원치 않았습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자기 정체성과 싸우는 의지를 가진 인간으로 그리려 했어요."

형 장-피에르 역시 "이들이 시스템의 피해자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의 관점에서 현실을 바라보기를 원했다"며 "덕분에 이들을 지켜본 관객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가깝게 여길 수 있다"고 했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속 한 장면
영화 '토리와 로키타' 속 한 장면

[칸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돈이 필요한 토리와 로키타는 어른들의 꾐에 빠져 마약 일에 손을 대며 구렁텅이에 빠진다. 토리는 마약 판매를 하고, 로키타는 대마초 농장으로 가 휴대전화도 빼앗긴 채 3개월간 감금되다시피 한 상태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

뤽은 "어린 이민자들은 원치 않아도 범죄자가 된다"며 "범죄자가 되도록 (사회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감독들은 각본을 쓰기 전 유럽에 망명하려는 어린아이들에 대해 알아보면서 대마초 농장에 대해 조사했다고 한다. 실제로도 유럽의 어린 이민자들이 마약 범죄에 노출돼 있다고 두 감독은 전했다.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바람에 외로움과 관련된 질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토리와 로키타가 친남매보다도 더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에서 '보증하지 않은' 어린 이민자들은 공동체에서 완전히 떨어져 살아갑니다. 불확실함이 계속되며 로키타처럼 공황 발작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있어요. 토리와 로키타의 우정에 초점을 맞춘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두 아이가 서로에게 그러는 것처럼 우리가 이민자들의 형제자매가 되어준다면 이들에게 유대감을 줄 수 있어요."(뤽)

벨기에 출신 형제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벨기에 출신 형제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로이터=연합뉴스]

두 감독은 유럽의 정치인들이 이민자와 난민들에 대한 공포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피에르는 "분명한 건 포퓰리즘, 특히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이민자들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인종주의자들은 증오와 두려움을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해 프랑스에서 희망적인 일도 일어났습니다. 유럽법에 의하면 18세가 될 때까지 이민 자격을 얻지 못한 아이들은 본국으로 쫓겨나야만 해요. 이런 위기에 처한 견습 제빵사를 위해 빵집 사장이 단식 투쟁을 벌였어요. 그 마을에 있는 모든 사람과 언론이 그를 지지했고, 덕분에 이 아이가 프랑스에서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망치고 있는 법에 대항해 싸울 수 있으며, 더 나은 삶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다르덴 형제는 전작 '소년 아메드'(2019)를 통해서도 유럽에 이민 온 무슬림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바 있다. 극단적 종교주의에 빠진 소년을 둘러싼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벨기에 출신 형제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벨기에 출신 형제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로이터=연합뉴스]

이 밖에도 다르덴 형제는 노동자, 미혼모, 고아 등 벨기에와 유럽 곳곳에 존재하는 약자들을 주요 등장인물로 내세운 작품을 꾸준히 내놨다.

이들의 영화는 특히 칸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저임금 여성 노동자에 관한 영화 '로제타'(1999), 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가는 젊은 부부를 그린 '더 차일드'(2006)는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소수자에 대한 영화를 계속해서 만드는 이유를 묻는 말에 뤽은 "소수자들에게 눈길을 주는 동시에 소수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고, 장-피에르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 가능성을 높이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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