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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만만찮은 상대, 기시다 후미오 日총리

송고시간2022-06-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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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집권 자민당 내 '고치카이(宏池會)'라는 파벌의 영수다.

그의 이름을 따서 '기시다(岸田)파'로도 불리는 이 계파는 1957년 이케다 하야토 전 총리(1960∼64년 재임)가 창립해 면면히 이어져 왔다.

고치카이가 배출한 78대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 시기인 1993년 8월에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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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답변하는 기시다 日 총리
국회서 답변하는 기시다 日 총리

(도쿄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64)가 31일 도쿄 지요다구 국회의사당에서 참의원(상원) 예산 집행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에서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 방일과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의 호재로 66%의 내각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2022.5.31 alo95@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논설실장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집권 자민당 내 '고치카이(宏池會)'라는 파벌의 영수다. 그의 이름을 따서 '기시다(岸田)파'로도 불리는 이 계파는 1957년 이케다 하야토 전 총리(1960∼64년 재임)가 창립해 면면히 이어져 왔다. '경무장ㆍ경제 우선'의 자민당 보수 본류 노선을 걸으며, 미ㆍ일 동맹과 아시아 관계를 중시한 온건 보수 세력이다. 이 파벌은 한국과도 적잖은 인연이 있다. 고치카이가 배출한 78대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 시기인 1993년 8월에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가 나왔다. 담화의 주인공인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고치카이 소속. 앞서 미야자와 총리도 1992년 총리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찾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하는 국회 연설을 했다. 지난 2015년 '한ㆍ일 위안부 합의'를 끌어낸 일본 측 주역이 당시 외무상이던 기시다 총리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기시다 총리는 3대 세습 정치인이다. 할아버지가 중의원 6선을, 아버지가 중의원 의원과 중소기업청장관을 지냈다. 부친인 기시다 후미타케 중의원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부친의 지역구인 히로시마현 제1구를 물려받아 내리 중의원 9선을 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그의 중의원 당선 동기이다. 위안부 문제에 사죄한 미야자와 전 총리는 그의 백부이다. 기시다 총리는 '외교통'으로 분류된다. 아베 신조 1차 내각에서 오키나와 및 북방대책 담당상, 2차 내각에서 4년 7개월간 외무상을 역임했으며 방위상도 겸임했다. 외무상으로서 태평양 전쟁 이후 2번째로 긴 임기를 마쳤다. 외무상 재직 시 한ㆍ일 위안부 합의를 성사시켰고, 원폭 피해지인 히로시마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주선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 두 사안을 외교 치적으로 자부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주 앉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성사된다면 2년 반 만의 한ㆍ일 정상회담이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지난 10일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회담 예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확답을 피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측은 '정치적 위험'을 내포한 한ㆍ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는 태도라고 전했다. 다음 달 10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회담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 친서 기시다 총리에게 전달
윤석열 당선인 친서 기시다 총리에게 전달

(도쿄=연합뉴스) 정진석 국회 부의장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일본에 파견한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이 26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고 있다. 대표단의 단장인 정 부의장이 기시다 총리에게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하는 모습. 2022.4.26 [한일 정책협의대표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ewonlee@yna.co.kr

일본 정치권과 언론이 언급한 '정치적 위험', '민감한 한ㆍ일 역사 문제'에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개인 배상 판결과 국내 일본기업들에 대한 자산매각 명령 사태,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이 포함된다. 징용 배상 문제는 1965년 한ㆍ일 청구권 협정(국교 정상화)에서 최종 해결됐다는 역대 일본 정부의 주장과 '개인 배상' 요구는 여전히 가능하다는 한국 법원의 판결이 맞서 있다. 기시다 내각도 일본 정부의 종래 입장을 고수하며 대법원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논리를 편다. 대법원판결 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제한 조치로 대응한 이래 양국 관계는 최악이다. 기시다 총리의 태도도 전임자인 아베처럼 강경하다. 그는 지난 10일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구축해 온 한ㆍ일 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노동자 문제를 비롯한 일ㆍ한 간 현안 해결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이 성사된다면 윤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초 승부처다. 현안을 두루 챙겨 전략적으로 임하지 않으면 '역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일본 측이 ▲1965년의 한ㆍ일 국교 정상화 기본조약 ▲일본기업에 대한 자산매각 반대 등을 한ㆍ일 관계의 마지노선이자 금과옥조로 간주함을 유념해야 한다. 해법을 한국 측이 가져오라고 기시다 총리가 강변하는 까닭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윤 대통령으로서는 다양한 전략과 대처로 무장해야 한다. 대통령실에서는 한때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으로 거론된 '문희상안(案)'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이 안은 '1+1+α'(한ㆍ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를 골자로 한다. 일본 기업의 자산을 강제 매각하는 대신 일본기업과 대일청구권 자금을 받은 한국기업이 공동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구상이다. 법원과 가해 기업이 중심이 돼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의 해결을 다룬 2000년 '하나오카 화해'도 연구를 권한다.

기시다 총리가 2015년 위안부 합의의 일본 측 주역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당시 그는 "위안부 문제는 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합의에 반대하는 아베 당시 총리를 설득한 이가 기시다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위안부 합의가 유야무야되자 그가 거듭 불만을 드러낸 이유다. 다만 기시다 총리나 윤 대통령 모두 최악의 한ㆍ일 관계를 방치할 수 없으며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일치한다. 아베와는 달리 외교 DNA가 풍부한 기시다 총리와의 대좌는 만만찮은 이벤트로서 윤 대통령에게 위기이자 기회일 것이다. 다음 달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기시다 총리로서도 전임자들의 그늘에서 벗어나 외교 영역에서 독자색을 낼 여지가 커질 것이다. 한ㆍ일 간에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조약 외에도 양국의 과거사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밝힌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년)과 일본 식민지배와 위안부 문제 등에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 '고노 담화' 등의 합의와 문건이 있다. 기시다 총리와의 대좌에서 윤 대통령이 이러한 양국의 우호 협력 과거사를 상기시키고 긴밀한 소통으로 신뢰를 쌓기를 바란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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