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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우크라 침공 몇 달 전 전쟁 발발 우려 전해 들어"

송고시간2022-06-1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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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간행물 편집인과 대담서 밝혀…"전쟁 관련 선악 논리 경계해야"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 미디어 제공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한 국가 지도자로부터 전쟁 발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말을 들었다고 공개했다.

14일(현지시간) 발행된 예수회 정기 간행물 '라치빌타카톨리카'(La Civilta Cattolica)에 따르면 교황은 지난달 19일 바티칸에서 라치빌타카톨리카 편집인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전쟁이 시작되기 몇 달 전 한 국가원수를 만났다. 그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며 "그는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한 뒤에 내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움직임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왜 그러냐고 묻자 그는 '그들(나토)이 러시아 문 앞에서 짖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가 제국이라는 점과 어떠한 외국 세력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현 상황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 국가원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징후를 읽어냈다"고 부연했다.

교황은 해당 국가원수가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교황은 작년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바티칸을 방문한 여러 국가 지도자를 접견했다.

그 한 달 전인 9월에는 헝가리·슬로바키아 순방을 통해 빅토르 오르반·에두아르트 헤게르 총리를 각각 만난 바 있다.

이 발언은 러시아의 침공 수개월 전부터 이미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교황은 아울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 체첸·시리아 용병에 의해 자행되는 잔인함·흉포함을 비난하면서도 흑백 논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교황은 "여기에 형이상학적인 선과 악은 없다. 서로 매우 밀접하게 얽혀있는 요소를 가진 글로벌 차원의 무언가가 등장한 것"이라면서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측의) 괴물 같은 모습만 보고 이 전쟁의 배후에서 펼쳐지는 전체 장면을 보지 못하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푸틴을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지나치게 단순화해 그렇게 말하면 틀린 것"이라며 "어떤 문제의 매우 복잡한 뿌리와 이해관계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선과 악의 구별로 바꿔놓는 것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그러면서도 러시아군의 침공에 분연하게 맞선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맹성을 칭찬했다.

러시아인들은 한 주 안에 전쟁을 끝내리라 생각했으나 이는 생존을 위해 싸우는, 그리고 긴 투쟁의 역사를 가진 용감한 우크라이나인들 고려하지 못한 실책이라는 것이다.

교황은 더불어 오는 9월 예정된 카자흐스탄 방문 때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를 만나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다.

교황은 이달 레바논 방문을 계기로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키릴 총대주교와 회동하기로 했으나 전쟁 와중에 이뤄지는 이 만남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상호 합의로 일정을 연기했다.

이에 앞서 교황은 전쟁 발발 약 3주 뒤인 3월 16일 키릴 총대주교와 40분간 화상 면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당시 키릴 총대주교가 전쟁을 정당화하는 성명을 읽어내려가자, 교황이 중간에 말을 끊고 "우리는 국가의 성직자가 아니라 백성의 목자"라고 반박하는 등 전쟁의 성격을 두고 큰 시각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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