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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인플레 보고] ④인도, 체감물가 30%↑…"앞날이 더 걱정"

송고시간2022-06-22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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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인도 수도 뉴델리 남쪽 부촌의 주택가에서 만난 우데이 타쿠르(48) 씨는 경비일을 해서 한 달에 1만1천루피(약 18만원)를 번다.

그는 "작년에는 약간이나마 저축했는데 지금은 물가가 올라 한 푼도 모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두 아들과 아내를 어떻게 먹여 살릴지 근심이 크다"며 한숨을 내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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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층·빈곤층에 불어닥친 먹구름…"작년보다 집세도 10% 올라"

"코로나 끝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냐"

 인도 뉴델리의 시장 야채가게 모습.
인도 뉴델리의 시장 야채가게 모습.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17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 남부의 한 시장 가게에서 야채를 사고파는 주민과 상인. 2022.6.22 cool@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직은 근근이 버틸 수 있는데 앞날이 매우 걱정입니다."

인도 수도 뉴델리 남쪽 부촌의 주택가에서 만난 우데이 타쿠르(48) 씨는 경비일을 해서 한 달에 1만1천루피(약 18만원)를 번다.

그는 "작년에는 약간이나마 저축했는데 지금은 물가가 올라 한 푼도 모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두 아들과 아내를 어떻게 먹여 살릴지 근심이 크다"며 한숨을 내 쉬었다.

일거리가 없어 멍하니 앉아 있는 인도 뉴델리의 저소득층
일거리가 없어 멍하니 앉아 있는 인도 뉴델리의 저소득층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17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의 한 상가 앞에 일자리가 없어 멍하니 앉아 있는 저소득층. 이들은 "코로나가 끝나가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2022.6.22 cool@yna.co.kr

이 곳 부촌의 한 상가건물 앞 벤치 등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남성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차마파트 팔(55) 씨는 "나는 페인트공이고 옆에 앉은 이는 배관공인데 모두 일거리가 없는 상태"라며 "코로나가 끝나가면 상황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고 했다.

팔 씨는 "정부가 쌀, 밀 등 기본 식량은 배급해주고 있지만 내가 사야 하는 식용유, 우유, 채소, 고기 같은 건 가격이 너무 올라 사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옆에 앉은 아닐 굽타(41) 씨가 맞장구쳤다.

굽타 씨는 "작년보다 물가가 30%는 오른 것 같다"며 "집세도 10% 올랐는데 벌이는 그대로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우리 같은 가난한 사람들의 형편을 돌보지 않는다"면서 "미래를 정말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뉴델리 시내 슬럼가의 모습은 더 을씨년스러웠다.

길가 곳곳에서는 상가 주인과 주민들이 카드 도박판에 열중이었다.

이곳에서 수십년째 식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만주 쿠마리(41) 씨는 "손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불평한다"고 말했다.

인도 뉴델리 슬럼가의 야채 가게
인도 뉴델리 슬럼가의 야채 가게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17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 슬럼가의 야채 가게 모습. 40년간 이곳에서 장사한 주인은 "손님들이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불평한다"고 말했다. 2022.6.22 cool@yna.co.kr

세계 5∼6위 경제 대국 인도에도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작년 9월 4%대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금은 7%대로 뛰었다. 경제성장률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 3월 끝난 2021∼2022회계연도 2분기 20.1%, 3분기 8.4%, 4분기 5.4% 등으로 하락세다.

인도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그나마 낫다는 편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서민층과 빈곤층에는 딴 얘기일 뿐이다.

세계를 덮친 최악의 물가 급등과 식량·에너지 대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후퇴 등에 인도가 그나마 덜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다.

인도는 서방의 제재로 가격이 하락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다. 갑작스러운 수입 중단은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면서 저렴해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옹호해왔다. 인도는 친러시아 성향이지만,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파트너로서 인도를 끌어들이려 하는 입지를 활용하는 셈이다.

세계 2위의 밀 생산국이기도 한 인도는 식량안보를 이유로 지난달 전격적으로 수출 제한 조치를 내려 식품 가격의 대폭 인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스리랑카나 파키스탄 등 주변국과 달리 주유소에 기름을 사기 위해 늘어선 줄이나 생필품 부족으로 인한 시위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고급 쇼핑몰 분위기는 비싼 상품을 사려는 부유층으로 들떠있었다.

뉴델리의 고급 쇼핑몰 앰비언스몰에서 전자제품을 파는 수실 차다(54)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요즘 비즈니스는 괜찮은 편"이라며 "사업이 궤도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인도 뉴델리의 고급 쇼핑몰
인도 뉴델리의 고급 쇼핑몰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1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고급 쇼핑몰 앰비언스몰.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위태롭지만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소비 산업은 경기가 좋은 편이다. 2022.6.22 cool@yna.co.kr

그러나 인도 경제의 향후 전망은 더 나빠지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빈준화 코트라 서남아지역본부장은 "핵심 물가 수치가 다소 낮아지며 인플레이션 정점은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절대 수준이 높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여부, 원유 증산 합의 등 외부 요인들의 변화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이자 인력 업체를 운영하는 프렘 쿠마르(48) 씨는 "정부 발표 수치와 달리 실제 물가는 매우 많이 오르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잠깐 경기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국 기업의 장기 투자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도 경제는 앞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뉴델리 슬럼가의 상가.
인도 뉴델리 슬럼가의 상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17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 슬럼가의 상가. 인플레이션은 저소득층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2022.6.22 cool@yna.co.kr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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