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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방탄소년단의 9년 여정 '성취와 그늘'

송고시간2022-06-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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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조 보이밴드 방탄소년단(BTS) 9년 여정의 시작은 프로듀서 방시혁과 밴드 리더 RM(본명 김남준)의 2010년 첫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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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지홍 논설실장 = 7인조 보이밴드 방탄소년단(BTS) 9년 여정의 시작은 프로듀서 방시혁과 밴드 리더 RM(본명 김남준)의 2010년 첫 만남이다. '런치란다'라는 랩 네임으로 언더에서 활동하던 중학생 RM은 힙합 오디션에서 눈에 띄어 방시혁의 기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에 연습생으로 영입된다. RM은 중학생 때부터 또래들과 '대남협'이라는 힙합 크루를 결성해 래퍼의 꿈을 키워왔다. 지금은 빅히트의 후신인 하이브 이사회 의장인 방시혁은 2014년 한 인터뷰에서 "RM의 랩은 믿고 듣는다. 방탄소년단을 만든 계기가 RM"이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방시혁은 JYP의 전속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지오디와 원더걸스 등을 프로듀싱하다 독자적 기획사인 빅히트를 차린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RM 영입 이후 슈가와 제이홉, 정국과 뷔, 진, 지민을 차례로 끌어들여 '방탄소년단'이라는 7인조 힙합 아이돌을 결성한다. BTS는 2013년 6월 첫 정규앨범 '2 Cool 4 Skool'로 데뷔했다. 랩과 잡담 형식의 스킷(Skit), 여러 명이 하는 짧은 랩인 사이퍼 등을 기저로 한 올드스쿨 힙합 양식에, 힙합 뮤지션의 정체성과 청춘의 열망ㆍ고뇌의 메시지를 얹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BTS의 힙합 원형질을 볼 수 있는 귀한 앨범이다. 같은 해 7월 9일 BTS의 팬카페에 공식 팬클럽 '아미'(ARMY)가 생겨났다.

BTS의 9년 여정은 눈부셨다. 2018년 정규 3집인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로 한국 뮤지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 첫 1위를 차지한 이래 앤솔러지(선집) 앨범 '프루프'(Proof)까지 통산 6차례 정상을 찍었다. 그래미상은 놓쳤지만 빌보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를 매년 석권했다. 3차례 유엔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백악관에 초청받았다. 2008년 8월부터 1년 2개월간 전세계에서 62차례에 걸쳐 펼친 '러브 유어셀프 월드투어' 대장정으로 K팝의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2019년 6월 1∼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은 세계 최정상 팝그룹으로 우뚝 선 자리였다. 1985년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인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등이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를 위해 섰고, 비틀스와 마이클 잭슨, 비욘세가 공연했던 이 스타디움을 한국에서 날아온 7명의 젊은이가 장악했다. '21세기의 비틀스'라는 찬사가 나왔다.

BTS, LA 콘서트 성황리에 마쳐
BTS, LA 콘서트 성황리에 마쳐

(서울=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2년 만의 대면 콘서트를 개최한 그룹 BTS가 2일(현지시간) 공연을 끝으로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일정을 마무리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모두 네 차례 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우며 공연을 펼쳤다. 2021.12.3 [빅히트 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가수 보아의 영어 앨범 'BoA'와 원더걸스의 'Nobody',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차트에 오르며 미국 시장을 노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영미권 주류 음악을 앞세워 팝 본고장의 높은 장벽을 깬 주인공은 BTS였다. '힙합 하는 아이돌' 또는 '아이돌 옷을 입은 힙합'은 한국 대중음악 토양에서는 낯설었지만, 팝의 본고장에서는 주효했다. 힙합 비트 메이킹부터 작곡과 작사, 편곡, 프로듀싱의 창작 모든 과정으로 참여의 폭을 넓혀간 7인의 아이돌은 그저 보이밴드, '팩토리 아이돌'(Factory Idol)을 넘어 진짜 뮤지션을 꿈꿨고, 미국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진정성 있는 노랫말'은 BTS를 BTS이게 한 요체다. 멤버 모두가 자신과 또래의 이야기, 사회를 보는 시선 등을 랩과 가사에 진솔하게 녹이는 작업에 올인해 불안과 고뇌로 방황하는 청춘을 위무하는 메시지를 만들었다. 이런 메시지에, 힙합에서 R&B 발라드와 라틴팝 등 팝 전반으로 장르의 저변을 넓혀간 음악적 도전이 결합하면서 BTS의 노래는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는 보편성을 획득했다. 멤버들의 개성과 자유, 음악적 에고를 중시한 'BTS의 아버지' 방시혁의 존재와 강력한 팬덤인 아미의 응원은 이러한 성취에 날개를 달았다.

BTS는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즉 '당신 자신을 사랑하라'는 주문의 전도사였다. 하지만 세계 최정상의 보이밴드로 거듭나면서 그들은 탈진했다. 쉼 없이 달려야 하는 K팝 시스템의 폭주에서 BTS조차 뛰어내릴 수 없었던 현실은 성취 이면의 그늘이었음이 밝혀졌다. BTS는 2013년 데뷔 이래 총 16장의 앨범을 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맵 오브 더 솔:7' '다이너마이트' '버터' '프루프' 등 신작을 쏟아내며 제대로 쉬지 못했다. 특히 2020년 10월 소속사 하이브의 상장이 멤버들을 탈진으로 내몬 도화선이 됐다고 한다. 신작 발매를 위한 휴식 기간이 줄고 웹툰과 웹소설, 모바일 퍼즐게임, 대체불가토큰(NFT) 사업 등에 이미지가 소비됐으며, 각종 TV 프로그램과 시상식 출연, 유엔과 백악관 방문 등의 이벤트까지 감당해야 했다. 다이너마이트나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등 이 시기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올린 곡들이 자신들이 추구해온 음악과는 결이 다른 '버블검 팝'( Bubblegum Popㆍ가벼운 팝)이었음은 우연이 아니다. 결국 7명의 젊은이는 지난 14일 유튜브 영상에서 "K팝과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랩 번안하는 기계가 됐다"고 '번아웃'(탈진)을 토로하며 단체활동 잠정중단을 선언했다.

BTS '마이 유니버스' 빌보드 '디지털 송 세일즈' 재진입
BTS '마이 유니버스' 빌보드 '디지털 송 세일즈' 재진입

(서울=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이 밴드 콜드플레이와 발표한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가 미국 빌보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 재진입했다.
1일(현지시간) 발표된 최신 차트에 따르면 '마이 유니버스'는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10위에 올랐다. 사진은 방탄소년단. 2022.3.2
[빅히트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BTS는 지난 10일 앨범 '프루프'를 내놓았다. 데뷔 이래 9년의 여정을 망라한 이 선집의 타이틀곡은 '옛 투 컴'(Yet To Come)이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이 노래는 BTS 음악 인생의 제2막을 예고한 넘버로 간주된다. BTS의 단체 활동 중단 선언은 이 앨범 발매 나흘 뒤다. 최정상의 자리에서 감행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 국내 팬은 "인기와 명예, 부를 뒤로하고 더 성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다"며 "방탄소년단다운 행보"라고 평했다. 이 밴드의 춤꾼이자 래퍼인 제이홉이 다음 달 솔로 음반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를 내고 개인 활동을 시작한다. 그가 'BTS 다움'을 회복하는 제2막의 발걸음을 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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