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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부근서 급정거 차에 놀라 '꽈당'…대법 "운전자 잘못"

송고시간2022-06-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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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횡단보도 근처에서 도로를 건너던 보행자가 급정거한 차에 놀라 넘어졌다면 운전자가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소형트럭을 운전하는 A씨는 2020년 4월 8일 오후 4시 30분께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근처를 건너던 B양(당시 9세)을 친 뒤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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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건너려는 보행자 충분히 예상 가능…운전자가 주의 의무 위반"

횡단보도
횡단보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횡단보도 근처에서 도로를 건너던 보행자가 급정거한 차에 놀라 넘어졌다면 운전자가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소형트럭을 운전하는 A씨는 2020년 4월 8일 오후 4시 30분께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근처를 건너던 B양(당시 9세)을 친 뒤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직후 A씨가 차에서 내려 괜찮냐고 묻자 넘어진 B양은 "괜찮다"고 한 뒤 절뚝이며 인근 상점으로 걸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B양을 병원에 데리고 가거나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려주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고, B양은 그날 부모에게 다리와 무릎의 통증을 호소했다. B양은 전치 2주의 무릎 상해를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다.

검찰은 A씨가 B양에게 상해를 입혀놓고도 구호나 신원 제공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났으므로 뺑소니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법정에서 운전자 A씨는 "횡단보도를 벗어난 곳에서 B양이 갑자기 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뛰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급정거했고, 그 직후 B양이 차 앞에서 넘어졌다"며 "당시 그런 방식으로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가 있으리라고는 예측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목격자 증언 등을 검토한 2심 재판부는 A씨가 운전한 차와 B양의 신체가 물리적으로 부딪쳤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태라고 봤다. A씨가 당시 서행했을 가능성이 있고, 운전자로서 주의를 다했어도 사고를 막지 못했을 수 있다는 점 등도 참작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의 무죄 선고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횡단보도 부근에서 도로를 건너려는 보행자가 흔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므로 운전자 A씨가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운전자가 통상 예견되는 상황에 대비해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교통사고의 원인이 됐다면, 보행자가 자동차 급정거에 놀라 도로에 넘어져 상해를 입은 경우라고 해도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과 교통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타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보행자를 발견한 즉시 안전하게 차를 세울 수 있도록 제한속도 아래로 속도를 더욱 줄여 서행하고 전방과 좌우를 주시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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