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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그후, 대자연을 향한 찬미…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공연

송고시간2022-07-0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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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코로나19 팬데믹 끝자락에서 새 발걸음을 내디딘 제19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개막 공연은 대자연에 대한 찬미로 가득 찼다.

지난 2일 종일 뜨겁게 달궈졌던 공기가 대관령의 선선한 바람에 식어 가며 어스름이 깔릴 무렵, 개막 공연을 보러 공연장인 평창군 알펜시아 뮤직텐트 앞에 몰린 관객들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실감하게 했다.

개막 공연의 시작을 장식한 무대는 인류가 팬데믹을 겪으며 새삼 절감한 자연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음악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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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미 덜어내고 자연의 소리로 가득 채운 이색적 무대

르제프스키, 신발 벗고 화분 악기 삼아 '호메로스 찬가' 연주

손열음 등 '고래의 노래' 무대…눈 가린 연주자들 '태초의 소리' 선보여

관객들 열띤 호응…실외선 마스크 벗고 축제 분위기 만끽

조성현, 김두민, 손열음 개막공연
조성현, 김두민, 손열음 개막공연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평창=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거룩한 대지여…부디 내게 자비를 베풀고 행복한 삶을 허락하소서. 그리하여 내가 그대 찬미하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코로나19 팬데믹 끝자락에서 새 발걸음을 내디딘 제19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개막 공연은 대자연에 대한 찬미로 가득 찼다.

지난 2일 종일 뜨겁게 달궈졌던 공기가 대관령의 선선한 바람에 식어 가며 어스름이 깔릴 무렵, 개막 공연을 보러 공연장인 평창군 알펜시아 뮤직텐트 앞에 몰린 관객들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실감하게 했다.

이번 음악제는 지난 2년간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던 '마스크 MASK'를 주제로 열렸다. 실외에선 마스크를 손에 벗어든 채 사진을 찍으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타악기 연주자 매튜 에른스터 개막 공연
타악기 연주자 매튜 에른스터 개막 공연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개막 공연의 시작을 장식한 무대는 인류가 팬데믹을 겪으며 새삼 절감한 자연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음악에 담아냈다.

타악기 연주자 매튜 에른스터는 크기가 다른 4개 화분을 두드려 르제프스키의 곡 '대지에(To the Earth)'를 연주하면서 고대 그리스 '호메로스 찬가' 중 한 편인 '대지의 여신;가이아에게'를 읊는 이색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신발을 신지 않고 무대에 오른 에른스터는 무대 바닥에 주저앉아 화분을 연주했다. 토기 화분에서 나는 맑고 청아한 연주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화분 자체가 훌륭한 악기가 됐다.

그가 33행 길이의 시 '대지의 여신;가이아에게'를 읊을 때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음악감독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한국어로 번역한 자막이 무대 뒤에 띄워졌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손열음과 플루트 조성현, 첼로 김두민이 미국의 아방가르드 작곡가 조지 크럼의 곡 '고래의 노래'를 연주했다.

한 해양과학자가 녹음한 혹등고래의 울음소리에 영감을 받아 크럼이 1969년 쓴 이 곡은 연주자들이 가면을 쓰고 눈가를 가린 채로 연주하도록 돼 있다. 얼굴을 가림으로써 연주자들이 인간이 아닌 자연 그 자체를 상징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눈을 가린 채 무대에 오른 세 연주자는 친숙한 악기의 소리가 아니라 자연을 닮은 듯 거칠고 낯선 소리를 빚어냈다.

조성현은 플루트를 부는 사이에 노래를 불렀고, 손열음은 피아노 내부의 현을 직접 손으로 연주하며 태초의 자연을 음악으로 그려냈다.

다소 낯선 소리에 놀라는 관객도 일부 보였지만, 몽환적인 조명 아래에서 자신만의 소리를 내는 연주자들의 모습이 흡입력 있게 다가왔다.

에스메 콰르텟 개막 공연
에스메 콰르텟 개막 공연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낯설고 실험적인 시도로 채워진 이들 무대와 달리 인터미션 후 이어진 에스메 콰르텟의 코른골트 '현악 사중주 2번, 작품번호 26' 무대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하고 유쾌한 현악 선율이 흘렀다.

세계 최고 권위의 실내악 콩쿠르인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 사중주 콩쿠르에서 2018년 우승한 한국의 실력파 사중주단인 에스메 콰르텟의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인 연주에 관객석에서는 마지막 음이 끝나기도 전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진 에스메 콰르텟과 프랑스 출신 모딜리아니 콰르텟의 멘델스존 '현악 팔중주 E플랫장조, 작품번호 20' 합주에서는 8대의 현악기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개막 공연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날 공연에는 모딜리아니 콰르텟의 비올리스트 로랑 마르팡이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해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빈자리를 메웠다.

8명의 연주자들의 열띤 연주에 환호가 터져 나왔고 예정에 없던 앙코르 공연도 이어졌다.

역대 최장 기간,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오는 23일까지 총 18개의 메인 콘서트를 비롯한 다양한 공연이 평창군 알펜시아 일대에서 이어진다.

에스메 콰르텟·모딜리아니 콰르텟 개막 공연
에스메 콰르텟·모딜리아니 콰르텟 개막 공연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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