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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미·중 신냉전 구도 고도화 보여준 펠로시 한국·대만 방문

송고시간2022-08-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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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의장 공동언론발표
한미의장 공동언론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국회를 방문,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8.4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미 국회의장이 4일 회담을 갖고 양국의 전략적 동맹 강화와 양국 정부의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회담을 한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의장은 "양측은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가는 엄중한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우리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국제 협력 및 외교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루기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 하원의장으로서는 20년만에 한국을 방문한 펠로시 의장은 "한미 양국의 관계는 굉장히 특별하다.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며 의회의 관계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날 한미 양측 의회 대표단 회담과 오찬 회동에서 중국이나 대만에 관련된 이슈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때마침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펠로시 의장과 약 40분간 통화를 하고 "이번 펠로시 하원의장 일행의 방문이 한미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소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면담이 성사되지 않은 데 대해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휴가 일정과 펠로시 의장의 일정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방한에 앞서 미 하원의장으로서는 25년 만에 대만을 방문해 이를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엄중한 침해로 간주한 중국으로부터 극렬한 반발을 샀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 항공모함을 전개하는 등 양국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중국은 이어 한시적 대만 봉쇄로 평가되는 고강도 군사 훈련과 경제제재에 나섰다.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이 이날 오후부터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설정한 여러 구역의 해·공(空)역에서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이 이날 대만 직항편 운항 스케줄을 3시간 앞당긴 데 이어 5일로 예정된 대만 직항편 운항 스케줄을 취소하는 등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운항이 차질을 빚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일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싼 미, 중의 갈등이 더욱 심화하면서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신냉전 구도가 더욱 고도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미국의 파렴치한 내정간섭 행위"라며 중국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혀 중국에 더욱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펠로시 의장의 이번 대만 방문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모두 대외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양국의 국내 정치일정과도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중국의 경우 이르면 오는 10월 하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해야 할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예정돼 있어 서로 한 치 양보 없는 대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동북아 역내 동맹이면서 중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에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것은 큰 틀에서 한국 외교에 제약 요인으로 작동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북한 비핵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열린 학술회의에서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부소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진전 속도가 미국이 미사일방어체계를 현대화하는 속도보다 빠르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국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최소한 늦추기라도 하려면 외교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현재 극도로 경색된 남북 관계에서 우리로서는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 처지다. 한국으로서는 경제 안보 차원에서도 중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간 공조 관계가 더욱 강화하고 미·중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우리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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