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앞 답답했던 차도가 시원한 정원으로…쉼터 품은 광장
송고시간2022-08-05 19:42
곳곳에 분수와 벤치 놓여…옛 광장은 최대한 보존해 탁 트인 경관은 그대로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5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정문을 나서 광화문광장으로 들어서자 '샘물탁자'가 놓여있었다. 칠흑 같은 돌 표면을 뒤덮고 흐르는 물에 손을 대니 뜨거웠던 열기도 다소 누그러지는 듯했다.
광화문광장 공식 개장을 하루 앞두고 서울시가 취재진에 먼저 공개한 광화문광장에는 누구나 손을 얹어 더운 날 몸을 식힐 수 있도록 만든 분수를 시작으로 다양한 휴식 시설이 조성돼 있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나무와 꽃을 보며 쉴 수 있도록 기존 광장의 서쪽(세종문화회관 앞) 차로를 없애고 정원을 만들었다. 총 76가지 수목이 5천24그루 심겼다. 산책길로 뻗어 나온 나뭇가지가 어깨를 스치자 꽃향기가 어렴풋이 풍겼다.
나무들을 따라 걷다 보니 비스듬히 누워 하늘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벤치는 물론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눈에 띄었다.
광복 77주년을 맞아 77개의 물줄기로 구성된 터널분수는 성인이 충분히 지나갈 만한 높이로 물줄기가 펼쳐졌다. 물에 젖지 않고도 안팎을 오가며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광화문광장의 설계를 총괄한 조용준 서울시 공공조경가는 "집회만을 위한 공간보다는 일상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며 "숲이 있으니 근처 카페에서 음료를 가져와 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직로 방면으로 거닐며 '시간의 정원'에 도착하니 산책로 아래로 옛 사헌부 터가 보였다. 도로가 있었던 곳을 들어내면서 찾아낸 유구다. 서울시는 사헌부 터를 보존하고자 그대로 덮는 대신 보호 유리를 설치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시민들이 볼 수 있게 개방했다.
집터로 보이는 주춧돌 옆으로, 모래포대와 비닐로 쌓인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사헌부의 건물 담장 유구라고 했다.
조 조경가는 "지금 걸어온 길이 담장 터와도 연결된다. 숲길은 실제로 옛 담장이 있던 자리"라며 과거와 현재를 잇고자 고민하며 광장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육조마당 인근까지 둘러본 뒤 새문안로 방면으로 내려올 때는 기존에 광장이었던 공간으로 내려왔다. 그늘이 없어 뜨거웠지만 탁 트인 경관만큼은 여전히 시원했다. 조 조경가는 "새로 조성되는 광장에는 휴식을 강조하면서도 예전 광장의 모습을 존중하고 보존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세종대왕상을 지나 해치마당에 이르렀다. 5호선 광화문역과 통하는 길로 한쪽 벽면에는 대형 영상창이, 반대편에는 앉아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계단이 설치됐다.
조 조경가는 "지역에서 올라와 광장을 찾으시는 분들은 광화문역을 올라와 여전히 탁 트인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개장행사를 위해 무대가 설치됐지만, 이후로는 세종대왕상부터 경복궁, 북악산까지 이어지는 풍경을 즐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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