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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분향소 찾은 정 총리 "진상 규명해 책임 묻고 재발 막겠다"

송고시간2020-05-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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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노예 되지 않게 비용 들더라도 안전하게 법·제도 정비할 것"

한 유족 "이렇게 많은 이들 가슴 아프게 만든 정부·지자체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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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EBSzkGXZtSQ

정세균 총리,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에게 헌화
정세균 총리,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에게 헌화

(이천=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2020.5.3 kimsdoo@yna.co.kr

(이천=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합니다. 왜 우리가 여기에 있어야 합니까?"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로 한 순간에 사랑하는 가족과 친척을 잃은 유족들은 3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이처럼 울분을 토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께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만났다.

희생자 38명의 영정과 위패가 있는 제단을 향해 조문하고 유가족 대기실을 찾은 정 총리에게 한 유족은 "층마다 안전 관리자가 있었어도 이런 대형사고는 나지 않았다"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지 정부와 지자체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화재로 인해 (시신이 훼손돼) 고인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더라"며 "여기 있는 유가족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습니까"라고 한탄했다.

유가족 위로하고 나오는 정세균 총리
유가족 위로하고 나오는 정세균 총리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을 위로한 후 나오고 있다. 2020.5.3 xanadu@yna.co.kr

또 "물론 부검 영장이 발부됐다고 하지만 일단 부검 집행 전에 유가족들에게 이만저만한 사정을 미리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가족들은 이미 한 번 돌아가신 분을 두 번 다시 돌아가시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일부 유족은 검경이 자신들의 동의 없이 시신을 부검했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옆 앉아 이를 듣던 다른 유족들은 슬픔을 주체하기 힘든 듯 한동안 목 놓아 흐느꼈다.

정 총리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유족의 말을 경청하다가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 총리실에 태스크포스(TF)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총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가 '더는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표현까지 했는데 앞으로는 비용을 들이더라도 안전을 져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헌화 마친 정세균 총리
헌화 마친 정세균 총리

(이천=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헌화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0.5.3 kimsdoo@yna.co.kr

희생자 가운데 중국 국적 근로자의 한 유족은 관련 기사 댓글에 달린 내용을 문제 삼으며 정 총리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 애는 당시 지상층에서 일했는데 '중국인 노동자가 담배를 피워서 불이 났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면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댓글이 달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울음을 터트렸다.

정 총리는 "관련 수사라도 제대로 해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추모 발길 이어지는 이천 물류센터 화재 합동분향소
추모 발길 이어지는 이천 물류센터 화재 합동분향소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3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 조문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0.5.3 xanadu@yna.co.kr

유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직접 연락을 하겠다며 정 총리에게 연락처를 요구했고, 정 총리는 명함을 꺼내 볼펜으로 휴대전화 전화번호를 적어 유족에게 전달했다.

정 총리는 유족과 약 25분간 면담한 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한 뒤 합동분향소를 떠났다.

이 자리 참석한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도 정 총리와 유족에게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앞서 정 총리는 화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현장을 찾아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상황을 점검했으며 다음 날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해 대형 화재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해 범정부 TF 구성을 지시한 바 있다.

현재 유족들은 합동분향소에서 일반인의 조문을 받지 않고 친인척과 지인들의 조문만 받고 있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2분께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폭발과 함께 불길이 건물 전체로 확산해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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