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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세계 여행하는데 도와주세요"…'구걸 관광' 베그패커들

2019-08-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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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 2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한 번화가. 한 남성이 기저귀를 찬 아기의 두 다리를 붙잡고 거침없이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옆에 앉아있던 여성은 '우리는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며 돈을 기부해달라는 내용의 표지판을 내걸고 악기를 연주했다.

여행 경비를 구걸하기 위해 아기를 던져올린 러시아 출신 부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고 사람들은 이들 '베그패커'를 비난했다.

베그패커 (Begpacker, Backpacker와 Beg의 합성어). 서양인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베그패커는 주로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베그패커는 자신의 여행을 도와달라는 문구를 들고 거리에서 구걸하거나, 자신이 찍은 사진을 팔고, 음악을 연주하며 여행비를 충당한다.

"대다수가 백인인 베그패커가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사진을 판매하며 작은 기부를 요청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돈을 주는 지역 주민들은 여행객보다 더 가난할 수 있다"-더 가디언, 뉴욕 데일리 뉴스

동남아에서는 베그패커로 쉽게 번 돈을 유흥에 탕진하고, 안타까운 사연을 거짓으로 지어내는 외국인들이 적발되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일부 국가들은 베그패커 제동에 나섰다. 태국은 왕궁 등 신성한 장소에서 구걸을 금지했으며, 입국 심사 과정에서 700달러 이상의 현금 제시를 외국인에게 요구한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앞으로 외국인의 구걸 활동이 적발되면 각자 해당 대사관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돈이 없으면 여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네이버 아이디 mr15****

한국에서도 길에서 구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국내에서 외국인이 관광비자로 입국해 돈을 버는 행위는 불법이다.

"관광비자로 입국을 해서 돈을 벌게 되면 이것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사항이 된다. 경범죄 처벌법 위반으로 범칙금 10만원이 부과된다"-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여행지 주민에 돈을 구걸하는 게 아닌, 자신이 땀 흘려 번 돈으로 여행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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