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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통TV] '극과 극' 북한의 식량 사정 보도 팩트체크

2019-12-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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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안녕하세요, '북문으로 들었소'의 맹찬형입니다.

제가 최근에 북한의 식량 사정에 관한 기사를 검색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작년, 그러니까 2018년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한 국내의 권위 있는 대학 연구소의 연구 결과와 미국ㆍ일본의 소위 북한 전문 매체의 보도가 달라도 너무 다른 겁니다. 한쪽은 북한 주민 대다수가 하루 세끼 쌀밥을 먹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는데, 다른 쪽에서는 하루에 감자 2~3개로 연명하면서 굶어 죽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한 겁니다. 대체 어느 쪽이 진실인지 궁금해져서 제가 팩트체크를 해봤습니다.

먼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11월 4일 발표한 연구 결과부터 보겠습니다. 통일평화연구원이 2018년에 탈북한 주민 116명을 대상으로 2019년 8월 9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설문조사를 하면서 하루에 식사를 몇 번 했냐고 물었더니 88%가 하루 세끼 이상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또한 주식으로 강냉이가 아닌 입쌀(백미)을 먹었다는 응답도 69%나 됐는데, 이건 일 년 사이에 약 24% 증가한 겁니다. 고기 섭취도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6%가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고 답했고, 거의 매일 먹었다는 응답도 15.5%나 됐습니다. 연구원 측은 2015년 이후에 북한에 결식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는데요, 경제제재 국면이지만, 지난해 중국산 식료품 수입액이 증가해 식생활에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북한 소식을 전문으로 다룬다는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을 볼까요? RFA는 9월 14일 평양시의 한 주민소식통을 인용해서 "평양에서 지난 5월과 6월에 주민들에게 감자와 강냉이로 식량 배급을 주었다. 평양시 주민들에게 감자로 식량 배급을 푸는 정도라면 국가의 식량 사정이 얼마나 좋지 않은가를 말해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평양시의 무역 관련 소식통도 기사에 등장했는데 앞서 등장한 주민소식통과 판박이처럼 거의 같은 내용입니다. RFA는 작년 7월에는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를 인용해서 북한 북부 농촌 지역의 식량 사정이 매우 비참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양강도에서는 돈도 음식도 없는 '절량 세대'가 늘어나면서 먹을 것이 떨어진 농민이 하루에 작은 감자 2~3개를 겨우 먹을 정도이고, 노인이나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먹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도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는 게 보도의 요지입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와 미국의 RFA나 일본의 아시아프레스 같은 소위 북한 전문 매체의 보도가 달라도 너무 다르죠?

어느 쪽에 더 믿음이 가십니까? 저는 당연히 공신력 있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신분이 분명한 탈북민 116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RFA와 아시아프레스의 보도에 나오는 소식통은 1~2명에 불과하거나 아예 없습니다. 게다가 익명입니다. '카더라 통신'이라고까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신뢰할만한 근거가 약한 것은 틀림없죠. 북한은 2014년 이후 6년째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작황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데요, 그 때문에 근거가 약한 추측 보도가 기승을 부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끝으로 양쪽의 주장에서 눈여겨볼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통일평화연구원은 현재 북한에서 당국의 배급보다는 시장을 통해서 식량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RFA나 아시아프레스도 주로 당국의 식량 배급이 악화했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여기서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북한 경제의 중심이 배급에서 장마당으로 옮겨간 지 오래라는 점입니다. 아무튼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올해 스위스와 한국, 러시아 등 각국으로부터 기부받은 대북지원자금이 늘어서 11월부터 북한 내 취약계층에 대한 식량 배급량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게 됐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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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마당 #연통TV

프로듀서 김지혜

편집·CG 윤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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