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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미국은 어쩌다 코로나19 확진자 세계 1위가 됐나

2020-04-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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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온이 올라가는) 4월에는 사라질 것."(2월 10일, 이하 현지시간)

"미국인의 감염 위험은 매우 낮다."(2월 26일)

"부활절(4월 12일)까지 경제활동 등 미국 정상화 희망."(3월 24일)

그러나 미국은 1월 21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이달 1일 확진자 20만명, 사흘 뒤인 4일 30만명을 돌파하며 폭증세.

코로나19 위력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미국은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을 제치고 누적 확진자 세계 1위 국가란 오명을 쓰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말 회견에서 독감과 비교할 때 코로나19가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며 독감 환자 흉내를 내 공분을 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전염병 재난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겁니다.

이에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최근 CNN 프로그램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태 초기 낙관론을 비판하며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 초기 심각성을 평가절하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그가 어설프게 대응하는 사이 사람들이 죽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13일에서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자택 대피령 등 총력 대응했지만 이미 초기 방역에는 실패한 뒤였습니다.

또 사태 초기 환자 증가세 대비 장비 부족 등 보건당국의 검사 역량도 문제가 됐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지난달 초까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하루 검사 능력이 400건에 불과하다며 광범위한 검사를 하지 못한 것이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검사 요건이 엄격하고 비용이 비싸 감염 환자들이 무방비 상태로 거리를 활보한 것도 확산세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 검사량이 증가하자 확진자는 폭증세를 나타냈습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미국이 초기에는 검사비가 우리 돈으로 500만원에 가까워 (사람들이) 진단 검사를 받기 쉽지 않았다"며 "미국 인구가 3억여명 정도인데, 진단 검사를 우리처럼 신속하고 꼼꼼하게 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50개주 중 최대 발병지는 뉴욕주입니다. 뉴욕주 감염률은 인구 1천명당 1명꼴로 다른 주의 5배를 상회하는데요. 중국 통계 신뢰성 논란은 있지만, 현재로선 뉴욕주 확진자수가 발원지 격인 중국 후베이성을 넘어섰습니다.

뉴욕은 1평방 마일(약 2.6㎢)당 2만8천명이 거주해 인구밀집도가 높고 만원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는 유동인구가 많습니다. 세계 경제와 관광·문화 중심지로 연간 6천만 명이 방문합니다. 이런 배경뿐 아니라 다른 주에 비해 누적 검사량도 월등히 많습니다.

뉴욕주는 확진자 폭증에 의료 인력, 장비와 시설 부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데요. 뉴욕 명소 센트럴파크 등에는 환자 수용을 위한 임시 병원이 마련됐고, 영안실 부족에 냉동 트럭도 동원됐습니다.

뉴욕 거주 유학생 이모(22) 씨는 "사람들이 슈퍼마켓 같은 곳에 몰려들었다"며 "마스크가 부족해 의료진들이 플라스틱 서류 파일에 구멍을 뚫어서 쓴다는 뉴스도 있고, 침상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말도 들려 너무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미 당국은 뉴욕주 외에도 뉴저지주, 캘리포니아주 등 전국적인 확산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4월 말까지 연장했습니다.

또 무증상자로 인한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지난 3일 기존 지침을 바꿔 공공장소 등에서 자발적으로 마스크 등 안면 가리개를 착용하도록 권고했습니다. 그간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선 아시아 다른 나라와 달리, 건강한 사람의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았습니다.

텍사스 거주 유학생 고모(22) 씨는 "미국 문화가 아픈 사람이 쓰는 게 마스크라고 생각해서 사실 슈퍼마켓 같은 곳에 가보면 마스크를 쓴 사람은 정말 현저히 적다"며 "오히려 마스크를 쓰고 나가면 환자 취급을 해서 인종차별이 더 심해진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안일한 인식과 좌충우돌식 초기 대응이 불러온 여파는 심각합니다. 백악관 태스크포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행돼도 최대 24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 모델을 내놨습니다.

미국 거주 한 한인은 유튜브를 통해 "(미국 상황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다가 완전히 당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미국 확산세 정점을 2주 뒤로 내다보며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바이러스 위기 극복이 '전시 대통령'을 자처한 트럼프 재선 가도의 시험대가 됐습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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