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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흉악해진 미성년 범죄, 처벌 수위 괜찮나요?

2020-04-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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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디지털 성범죄 실상.

조주빈이 운영한 '박사방'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10대들의 극악한 범죄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9일까지 텔레그램 등 SNS에서 성착취물 제작·유포 등을 한 디지털 성범죄 관련 피의자 221명을 검거했는데요. 이들 중 65명이 10대로 밝혀졌습니다.

그중 박사방 운영진이자 별도 대화방을 만들어 성착취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닉네임 '태평양' 이모 군, 조주빈에게 범죄 수익 전달 혐의를 받는 '부따' 강모 군, '제2의 n번방'을 운영한 '로리대장태범' 배모 군. 이들 나이는 각각 16세, 18세, 19세입니다.

또 최근 인터넷 채팅 메신저 '디스코드'에서 성착취물을 유포해 검거된 이들도 대부분 미성년자였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0대 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예컨대 피해자들에 대한 별다른 죄의식이 없다는 점이고, 결국 온라인상에서 피해자들의 아동 성착취물로 금전적 이득을 보는 데만 혈안이 됐다. 그런 연유에는 비싼 돈을 내고 아동 성착취물을 소비한 유저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핵심 피의자에 10대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에 대한 강력 처벌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이들이 소년법 적용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현행 소년법은 19세 미만인 자를 '소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년법 60조에 따르면 법정형은 장기 10년, 단기 5년을 초과하지 못합니다.

또 범행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은 사형 또는 무기형을 받을만한 범죄를 저질러도 15년 유기징역에 그칩니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의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 대상이 됩니다. 보호처분은 전과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실제 지난달 서울가정법원은 초등학생을 성폭행하고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고등학생에게 소년법을 적용해 보호처분을 내렸습니다.

소년법 적용으로 미성년 범죄자가 응당한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는 여론이 확산하자 소년법 개정 요구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왔는데요.

지난해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소년법을 개정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미성년 범죄자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29일 훔친 승용차로 무면허 운전을 해 대학생 한 명을 숨지게 한 10대 청소년들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 참여자는 9일 기준 90만명에 달했습니다. 13세인 가해 운전자는 촉법소년으로 보호처분을 받을 예정입니다.

또 동급생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중생 부모는 지난달, 가해 학생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있다'며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년법 개정 및 폐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특히 형사처벌 연령을 낮출 경우 발생할 '낙인효과'를 우려하는데요. 전과자가 된 청소년들이 미래에 더 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리가 연령을 낮춘다는 것은 결국은 낙인을 찍는다는 이야기가 된다"며 "그 아이들이 전과자가 돼서 미래에 더 큰 위험을 야기하는 집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년범죄에 있어서 교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은 범죄학의 기본 원칙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범죄 수위가 높아지자 소년법 개정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은 분분합니다.

공정식 교수는 "촉법소년이란 것 자체가 아직은 인성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연령대로 보는 게 일반적"이라며 "처벌보다는 그들을 특화해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극악한 방법으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있는데 단지 소년이란 이유로 지금과 같은 정도의 형벌이 합당한가, 잔인한 범죄 처벌에는 나이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실질적인 사회 안전망 필요, 이런 것들이 굉장히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년법 테두리 안에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10대 청소년들. 텔레그램 성착취물 사건처럼 이들 범죄가 한층 지능화함에 따라 처벌 수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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