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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대면수업 안 하면 추방이라니" 불안에 떠는 미국 유학생들

2020-07-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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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가을 학기에 대면 수업으로 개강을 결정했던 학교들도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5만명을 넘어서면서 온라인 전환을 고려하는 상황이라 학생들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위스콘신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재환(23) 씨는 "(미국 유학생에게) 강제 추방과 비자 취소는 큰 문제"라며 "또 대면 수업으로 코로나 노출 가능성이 커 불안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최근 미국 대학에서 유학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추방 위기에 처했습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가을 학기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받는 외국인 학생의 경우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발급도 중단됩니다.

앞서 하버드 대학은 가을 학기를 100% 온라인 강의로 채우기로 결정했는데요.

이는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00만 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대면 수업이 교수와 학생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이렇게 하버드를 비롯해 전면 온라인 강의를 계획한 미국 대학은 전체의 9%인데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를 겨냥해 "어리석다"고 맹비난했으며 '안전한 학교 재개를 위한 대화' 행사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개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트럼프의 발언은 외국인 유학생을 볼모로 삼아 대학의 대면 수업을 끌어내기 위한 압박용 카드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유학생 한 씨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11월 재선을 위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학생들이 코로나에 걸리든, 확산하든 상관없이 일단 이 정책을 강행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요.

미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적지 않습니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8~2019년 미국 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100만 명입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36만여 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인도 20만여 명, 한국 5만여 명 순이었습니다.

대학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위험에도 대면 수업을 만들어야 할지, 아니면 외국인 유학생을 포기해야 할지 기로에 섰는데요.

외국인 유학생은 미국 대학들에 중요한 수입원입니다. 일부 대학은 유학생 비중이 15~20%에 이르고 수업료 액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보다 더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이미 발표한 강의계획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엘패소 텍사스대는 비자 규제가 발표된 직후 유학생을 위해 대면, 온라인 강의를 함께 제공하겠다고 밝혔죠.

불안감에 휴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는데요.

존스홉킨스대에서 유학하다 귀국한 유정현(21)씨는 "학교에서는 온라인·오프라인 수업으로 강의를 계획하겠다고 말했지만, 학기 중에 온라인으로 전환될 위험성도 있어 차라리 한국에 남아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강력한 맞대응에 나선 대학도 등장했습니다.

하버드대와 메사추세츠공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규제를 저지하기 위한 법정 소송에 나섰습니다.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대면 수업 압력은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나온 조치"라고 비판하며 "우리는 이번 소송을 강하게 밀고 나가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미 대학에 다니는 모든 외국인 학생들이 추방 위협을 받지 않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가을 학기에 오프라인 개학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추방 위기에 처한 유학생들이 각 대학의 수업방식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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