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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흉물 아파트가 미래 유산?…강남 재건축 둘러싼 논란 가열

2020-09-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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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남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

40년 가까이 된 아파트 대부분이 철거된 가운데 낡은 건물 한 동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바로 올해 3.3㎡당 실거래 가격이 약 2억 원에 근접하는(1억8천86만원) 최고가 아파트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재건축 현장인데요.

지난 6월부터 공사가 한창이지만, 이렇게 예전 아파트 한 동만 남겨진 이유가 뭘까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2012년 개포주공1단지 아파트 1개 동을 보존한다는 전제로 재건축 허가를 내줬는데요.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때 해당 마을의 모습 일부를 남기는 걸 의무화하고 장기적으로 이를 조례로 만들 방침이라고 2013년 밝힌 바 있죠.

당시 시 관계자는 "마을 일부를 보존하는 조건으로 재개발·재건축 허가를 내주는 식으로 토지, 건물주들과 협상하는 게 최선"이라며 "사유재산권 침해 등 논란의 소지가 있어 상생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우려했던 논란은 현재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신을 개포주공1단지 주민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지난달 10일 서울시 시민 제안에 "사실상 흉물인 아파트 한 동을 문화시설로 대체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해당 글에는 1천여명이 동의했고 "사유재산인 낡은 건물을 존치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어떻게 흉물이 문화유산인가", "안전이 걱정된다" 등 댓글이 달렸습니다.

개포주공1단지 외에도 오래된 아파트를 보존하는 사례가 생겨났는데 이 과정에서 잡음도 나왔죠.

2018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잠실 주공5단지 재건축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한 동을 남기라는 내용을 담았는데요.

서울시가 초반에 요구한 단지 중앙 타워형 아파트와 굴뚝을 보존하라는 내용은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죠.

2017년엔 반포주공1단지가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한 동을 그대로 남겨두기로 결정, 이를 보존해 주거역사박물관으로 사용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재건축 아파트의 '흔적 남기기'에 대해 서울시가 인허가권 등을 내세워 개인 사유 재산을 침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아파트) 인구가 너무 많으니까 기부채납을 통해서 도로를 넓혀라 등 그런 식의 규제는 필요하겠지만 문화유산을 위해서 한 동을 남기라는 건 과도한 행정력 남용"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오래된 건물이라 안전 문제는 물론 보강공사부터 관리까지 돈이 많이 든다"며 "관리를 지자체가 할 텐데 세금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이런 시도를 통해 근·현대 유산을 기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대개 50년 이전 것을 문화재로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데, 지금 시점으로 보면 1970년만 해도 벌써 50년이 됐다"며 "해당 아파트들은 강남 개발과 확장에 있어 중요한 시금석이고 향후 후손들에게 근대 사회 성장을 보여주는 미래의 문화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용배 서울시 공동주택계획팀장은 "시설을 새로 짓는 것보다 1960~70년대 아파트 일부를 남겨 박물관이나 기념관으로 리모델링해 사용하는 정도로 현재 계획돼 있다"며 "반대하는 측에서는 필요 없는 시설을 왜 하느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자원 재활용 측면 등을 고려하면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의 '역사 흔적 남기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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