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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호텔을 임대한다고요?" 논란의 호텔전세 실효성 있나

2020-1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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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유럽에서는 호텔을 리모델링 해 1~2인 가구에 제공하는데 굉장히 호응도가 높은 사업입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 지원 방안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조만간 호텔이 질 좋은 청년 주택으로, 1인 가구형 주택으로 변신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죠.

최근 전세 대란이 벌어지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대책 중 하나로 호텔을 개조한 공공임대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호텔에다 세를 놓겠다는 생소한 대안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서울시는 향후 2년간 공공임대 11만4천100가구를 공급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습니다.

기존 공공임대 공실을 활용하거나 신축 다세대 등의 물량을 조기 확보해 공급한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빈 상가와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을 주택으로 개조해 2022년까지 전국 1만3천가구의 공공임대를 공급하는 방안도 담겼는데요.

이에 영업난에 처한 호텔을 인수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추진됩니다.

그런데 호텔을 주거용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에 '황당한 대책'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처치 곤란한 상가나 호텔에서 어쩔 수 없이 사는 것을 국민은 주거 안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호텔방 전셋집은 사실상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이는 21세기형 쪽방촌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죠.

해당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호텔의 구조적인 문제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호텔이다보니 조리시설 공간이 충분하지 않고 주로 복도식이어서 환기 문제가 있다"며 "위치가 좋은 호텔은 재정에 비해 물량이 적을 수밖에 없고, 위치가 안 좋은 유흥가나 나홀로 숙박 시설은 건축법이나 도시계획법을 적용받지 않아 주거환경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호텔은 원룸용이라는 건데 현재 행복주택, 청년주택, 도시생활형 주택 등에 원룸은 많다"며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건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지 도시생활형 주택이나 오피스텔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호텔을 활용한 청년 주택 공급 사례를 통해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서울시는 종로구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해 올해 1월 238가구를 공급했는데, 열띤 청약 경쟁에도 불구하고 높은 임대료에 당첨자 대다수가 계약을 포기한 바 있죠.

권대중 교수는 "월세가 70만원으로 너무 비쌌고, 지금도 일부가 비어있는데 그 이하로 받게 되면 수지가 안 맞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호텔 전세 논란에 대해 김현미 장관은 "호텔 리모델링은 이번에 공급하겠다는 전체 전세 물량의 3%에 해당하는 아주 작은 부분"이라며 "임대료 문제 등 여러 한계가 있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사업을 하는 방식도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학진 서울시 제2행정부시장은 "도심 오피스텔은 10% 정도, 호텔은 60% 정도가 공실"이라며 "민간 용도변경을 통해 물량을 늘릴 수 있도록 서울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물량이 많고 적음을 떠나 호텔 전세가 과연 실제 거주에 얼마나 적합하고 지금의 전세난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될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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