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하단 메뉴 바로가기

[뉴스피처] "아이와 하루 보내보니" 코로나가 바꾼 아빠의 일상

2020-11-26 08: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부성(fatherhood)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부모들의 역할 수행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많은 사람이 '돌봄' 문제를 돌아보기 시작한 거죠.

매체는 이 같은 생활과 인식 변화가 장기적으로 부모의 역할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5월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첫 번째 봉쇄로 영국 남성들의 돌봄 노동 참여가 58% 증가했는데요.

여전히 여성의 돌봄 노동 비중이 크지만 코로나19가 엄마와 아빠의 역할 차이를 줄여준 셈이죠.

이전에는 육아에서 조력자에 머물렀던 남성의 역할이 확대되며 이른바 '라떼파파'가 늘어난 겁니다. '라떼파파'는 커피를 손에 들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남성을 일컫는 말로 아빠의 육아 참여가 활발한 스웨덴에서 나온 신조어죠.

지난 6월 미국 CNN 역시 팬데믹 기간에 남성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집안일과 돌봄 노동을 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가 발표한 연구 결과는 팬데믹으로 인해 달라진 생활상이 부성애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을 보여줍니다.

이 연구에서는 응답 대상 아버지의 68%가 팬데믹 이전보다 이후에 아이들과의 유대감이 높아졌다고 답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적인 개학 연기, 온라인 수업 등으로 자녀를 돌봐야 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 동안 남성 육아휴직자가 급증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민간 부문 육아휴직자 6만205명 중 남성은 1만4천857명으로 24.7%를 차지했습니다.

육아휴직자 네 명 중 세 명이 여전히 여성이지만, 남성만 놓고 보면 육아휴직자 수가 작년 6월 대비 34.1% 증가했는데요.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육아휴직을 한 회사원 이모(35·남) 씨는 "배우자의 육아 고충을 이해하는 '공평한 양육' 차원을 넘어 딸과 오롯이 둘이 보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귀중한 시간이었다"며 "딸과도 친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육아휴직자의 변화는 긍정적"이라며 "(한 자녀에 대해 맞벌이 부모가) 동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육아휴직을 3번에 걸쳐 나눠 사용하는 방안 등이 보편화하면 남성 육아휴직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그러나 일각에선 이 같은 남성의 육아 확대가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라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육아휴직 등 돌봄 노동을 위한 제도가 공기업과 대규모 사업장 위주로 활성화돼 중소·영세 사업장 근로자는 혜택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올해 1월 잡코리아가 발표한 남녀 직장인 1천578명 대상 설문 조사에서도 사내에 육아휴직을 쓴 남성 직원이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26.2%였는데요. 이들 중 공기업(49.7%) 직원이 가장 많았고 대기업(45.3%), 외국계 기업(32.1%), 중소기업(20%) 순이었습니다.

정 교수는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늘어났지만, 육아휴직 사용 가능자 중 실제 사용한 비율을 따지면 이런 증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도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남성은 결국 육아휴직을 포기하는 게 현재의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집중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시기에 유연 탄력근무제가 활성화되고 가족친화경영 등 직장 문화도 변화해야 한다"며 "육아휴직은 가능하면 짧게(나눠 쓰고), 유연 탄력근무는 아이가 7~8살 될 때까지 길게 하는 식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하는 요즘.

영국 가족복지재단 '패밀리 이니셔티브' 관계자는 엄마와 아빠의 맞돌봄이 '뉴 노멀'로 자리 잡을 것이라 내다봤는데요.

맞돌봄을 위한 제도 개선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요.

mimi@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