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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과학고 나와서 의대 간 게 자랑할 일인가요?

2021-0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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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과학고 출신 의대생 출연자에 대한 시청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최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과했습니다.

지난 6일 방송된 유퀴즈에서는 경기도 소재의 과학고를 졸업하고 의대 6곳에 동시 합격한 출연자가 본인의 공부 방법과 의대 합격 팁을 전했는데요.

방송 이후 유퀴즈 게시판에는 해당 촬영분에 비판적인 글이 연이어 올라왔습니다.

이공계열 인재 양성을 위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과학고를 졸업하고 의대에 진학한 걸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영재학교 8개교, 과학고 20개교가 있습니다.

모두 이공계 및 과학 분야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교육부는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에서 졸업생의 의학 계열 진학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목적에 어긋나게 상당수의 졸업생이 의대에 진학했기 때문이죠.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영재학교는 전체 7% 내외, 과학고는 전체의 2% 내외가 의학 계열에 진학했는데요.

높은 의대 진학률 때문에 학교들은 의대 입시 관문이라고 비난받기도 합니다.

학생들의 의대 진학을 막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서울과학고는 신입생 입학 요강에 의학 계열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본교 지원이 부적합하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도 서울과학고에서는 2017~2019년까지 해마다 전체 20% 안팎의 졸업생이 의학 계열에 진학했는데요.

의대에 지원한 학생의 장학금을 환수하고 추천서를 써주지 않는 등의 억제 방안을 펼쳐왔지만 큰 효과가 없었던 겁니다.

이에 서울과학고는 2020년도 신입생부터 의학 계열에 지원하면 3년간 지원받은 교육비 1천500만 원가량을 환수하고 교내 수상 실적도 모두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강화된 제재 방안도 재학생의 의대 진학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 혁신센터장은 "의대에 가면 일 년에 2천~3천만원씩 드는데 교육비 환수 제재 때문에 의대를 포기하는 학생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영재학교·과학고 학생의 의대 진학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에 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요.

최수일 센터장은 "의대에 진학할 경우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또 교육부에서 과학고 출신을 많이 받는 의대에 대해서 예산 지원을 감축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특정 행위를 징계하는 건 단기적인 대책일 뿐이며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강한 정책을 쓰면 확실히 줄어들긴 하겠지만 단기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영재학교나 과학고 등 별도의 학교를 두지 않고 교육청 안에 과학영역이나 영재영역 관련된 프로그램을 만들고 학생들을 선발해 위탁하는 방식 등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교육단체들은 지난 12일 영재학교·과학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이들은 "편법으로 의대에 진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입학전형과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가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학교와 학생 모두 학교의 설립 취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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