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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구글·애플·아마존은 왜 대안 SNS 팔러를 추방했나

2021-01-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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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 의회의사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 회의가 시작되던 중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의사당 외벽을 타거나 유리창을 깨고 의회에 난입한 겁니다.

무력으로 밀어붙이는 시위대와 그들에게 총을 겨눈 경호인력, 최루가스 연기로 가득한 의회의 모습이 TV 화면을 타고 전세계로 생중계됐죠.

총격까지 발생하며 4시간가량 지속된 이 난입사태로 진압 중이던 경찰 한 명을 포함해 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최근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민 3명 중 2명이 이번 의회 폭력사태에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이렇게까지 나빠진 것은 의회 폭력사태를 그가 선동했다는 인식이 미국인들 사이에 널리 퍼졌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당일 인근에서 열린 지지층 집회에서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으면 우리는 더는 나라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연설했습니다.

이후 지지자들이 의회로 몰려가 폭력을 행사하면서 트럼프의 발언이 지지자들을 자극해 폭력 사태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부터 멕시코 이민자들을 강간범에 비유하는 등 자극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시선을 끌어왔습니다.

특히 트위터를 통해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자신의 반대 세력을 비판하는 등 SNS를 정치적 수단으로 십분 활용했습니다.

지난해 흑인차별반대 시위대를 '쓰레기'라고 부르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글에 경고 딱지를 붙이거나 글을 숨기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의 연설에 이어 의회 폭력사태가 벌어지자 트럼프의 SNS 활동은 이제 '위험 행위' 취급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은 의회 폭력사태 이후 즉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일시 정지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년간 가장 활발히 사용해온 트위터는 지난 8일 아예 그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켜 버렸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이에 즉각 반발하며 트위터 등을 벗어나 다른 SNS로 '피난'을 가기 시작했죠.

이 과정에서 대안 SNS로 주목받은 것이 '큐어넌'(QAnon)과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등 극우 단체 회원과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애용하는 SNS '팔러'(Parler)입니다.

의회 폭력사태와 트럼프 대통령의 SNS 계정 정지 사태 이후 팔러는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애플과 구글이 팔러에 '폭력의 위험'이 있다며 자사의 앱 마켓에서 팔러의 다운로드를 막았습니다.

여기에 웹 호스팅 업체인 아마존까지 가세, 팔러가 온라인으로 서비스되는 일 자체를 막아버렸죠.

"타인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거나 부추기는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식별해 제거할 수 없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 계정이 줄지어 차단당하고 IT 공룡 기업들이 트럼프 지지층의 대안 SNS 팔러를 퇴출시키면서 미국 안팎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특정 정치인이나 그 지지층이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몇몇 기업이 나서서 아예 차단해버린 꼴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영구 정지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표했습니다.

의회 폭력사태가 불러온 대안 SNS의 퇴출.

'문제 세력'으로 찍혔다고 해서 그 입을 아예 막아버리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kir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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