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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데려다 놓고 나 몰라라…고통받는 토끼는 무슨 죄?

2021-01-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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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토끼섬에 서식하는 토끼 18마리에 대해 내달까지 중성화 수술을 하기로 했다. 토끼가 겨울 동안 생활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로 암수를 구분해 이전, 관리키로 했고 토끼섬의 폐쇄 여부와 명칭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인천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13일 '토끼섬'에 서식하는 토끼 관리와 관련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토끼섬은 송도 센트럴파크 호수에 떠 있는 인공섬으로 이곳에는 토끼 사육장이 조성돼 있습니다.

130㎡여 규모에 2012년 4월 5마리의 토끼가 방사됐으며 지난해 70여 마리까지 늘었다가 현재 18마리가 서식하고 있죠.

토끼섬은 어린이를 비롯해 송도 센트럴파크를 찾는 많은 사람에게 특색있는 볼거리로 사랑받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육로로 닿을 수 없는 토끼섬에 토끼가 방치돼 고통받는다는 주장이 제기됐죠.

토끼보호연대의 한 회원은 "토끼섬은 물로 둘러싸인 외딴 섬에 산 생명을 가둬둔 토끼 감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토끼섬의 토끼들은 매서운 한파에 시달리고, 부족한 먹이와 늘어난 개체 수 탓에 땅을 파서 탈출하려다 죽기도 합니다.

지난 8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가 토끼섬을 찾았더니 한파에 물그릇까지 얼어있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고 하는데요.

토끼보호연대는 이에 전수 중성화 수술을 통해 개체 수를 제한하면서 장기적으로 토끼섬을 폐쇄할 것을 요청했죠.

이러한 문제 제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지방자치단체가 토끼에 대한 이해도 없이 토끼섬을 운영 중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토끼섬 안내 팻말에 포유류인 토끼가 '산란 시기'에 새끼를 낳는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토끼사육장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청이 2019년 배봉산 근린공원 일대에 조성했던 토끼장이 그것인데요.

중성화하지 않은 암수 토끼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토끼장에서 토끼들이 번식하면서 그 수가 크게 늘어났죠.

동물단체들에 따르면 동대문구청은 토끼 개체 수가 최초 20마리에서 1년 새 100여 마리로 늘어나자 지난해 5월 다수 토끼를 무료 분양했습니다.

그러나 입양 심사 등이 없이 시민들의 연락처만 받은 채 무료 입양을 보낸 과정이 무책임하다며 논란이 됐는데요.

실제 분양된 토끼 중 절반가량이 폐사했고 일부는 파양돼 토끼장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죠.

입양과정을 차치하고라도, 배봉산 토끼장의 토끼들이 영역싸움과 스트레스로 죽은 채 발견된 경우도 적지 않아 문제가 됐는데요.

지난해 여름에는 폭우에 방치된 토끼들이 비에 젖고 병든 채로 구조돼 동물보호단체가 도움을 호소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후 동대문구청은 사육장 환경을 개선하고 토끼 중성화 및 재방사를 했으며 사육장의 점진적 폐쇄를 약속했습니다.

귀여운 외모로 사랑받는 토끼는 보기와 달리 공격성이 있어 야생에서는 서로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일 년에 여러 번, 한 번에 십수 마리까지 새끼를 낳는 번식력은 때로 '무시무시하다'고 표현될 정도죠.

호주에서는 1859년 유럽에서 들어온 토끼 십수 마리가 무서운 속도로 번식해 현재 1억5천만 마리까지 불어나 환경문제로 여겨지기까지 하는데요.

이 같은 토끼의 특성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중성화하지 않은 암수 토끼를 집단 사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생명체의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단지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지어진 토끼 사육장이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면서 일부 지자체의 무책임한 행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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