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하단 메뉴 바로가기

[뉴스피처] "우린 중국산 아닌데…" 고래 싸움에 등 터진 과일은?

2021-01-28 08: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지난해 6월 인도의 국경지대인 갈완계곡에서 중국군과 인도군의 무력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중국군이 못이 박힌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인도군을 공격했다는 사실에 많은 인도인이 분노했는데요.

이에 인도 곳곳에서는 '중국 보이콧' 운동이 확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인도의 한 지방 정부가 보이콧 운동의 일종이라며 과일 이름을 변경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서부 구자라트주의 비자이 루파니 주총리가 선인장 열매의 하나인 '용과'의 이름을 임의로 '카말람'(kamalam·산스크리트어로 연꽃)으로 바꾼 건데요.

루파니 주총리는 19일 "용과(Dragon fruit·龍果)란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중국을 연상한다"라며 "그래서 이 과일에 카말람이라는 새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갈등이 주로 '용과 코끼리의 전쟁'으로 불려 용과란 이름에서 중국이 연상된다는 겁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용과의 원산지가 중앙아메리카라는 건데요. 가지에 열매가 열린 모습이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즉, 중국과는 전혀 상관없는 과일에 엉뚱한 불똥이 튄 겁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연일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영화 제목이나 TV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바꾸며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소 엉뚱한 이 명칭 변경에는 다른 의미가 숨어 있는데요.

이 제안을 처음 한 건 구자라트 산림부의 수석 관리자 람 쿠마르입니다.

용과 재배를 시작한 구자라트 쿠치 지역의 농민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제안한 건데요.

인도 매체 인디언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쿠마르는 '용과의 명칭을 인도의 국화를 의미하는 '연꽃'(kamalam)으로 정식 변경해 인도산 용과의 인지도를 높여 판매를 촉진하려 했습니다.

일각에선 카말람이 인도국민당(BJP) 본사의 이름이자 당의 상징이란 이유로 정치색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 루파니 주총리는 이름 변경과 관련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인도 농업연구위원회(ICAR)는 '용과'의 명칭 변경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ICAR은 "용과는 인도의 토종 종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 연보에 등재된 용과의 명칭 변경은 국제적인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관련 국제 인증 기관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름에 들어간 글자 한 자로 중국산으로 몰린 용과.

과연 인도에서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kirin@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