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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코로나가 만든 살풍경…아시아인은 미국 거리 걷기가 두렵다

2021-02-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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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 16일 미국 뉴욕의 한 빵집 앞에서 52세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이 백인 남성에게 공격받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바닥에 쓰러지며 다친 여성은 병원에서 이마를 다섯 바늘 꿰매야 했죠.

같은 날 뉴욕의 지하철역에서 71세와 68세 아시아계 여성도 얼굴과 머리를 가격당했고, 지난달엔 샌프란시스코에서 산책하던 84세 태국계 남성이 얻어맞아 숨졌는데요.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 범죄가 잇따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시아계 인종차별 사례를 추적하고 대응하는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Stop AAPI Hate)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인종차별이 2천808건 보고됐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혐오와 차별 공격은 주로 중국인(40.7%)을 향했고 뒤이어 한국인(15.1%), 베트남인(8.2%) 순이었죠.

이에 대해 아시아계 권익단체인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 존 양 전무이사는 "코로나19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정보가 아시아계를 향한 무차별적 공격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제가 계속되자 정치권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소속 의원들은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계 혐오 범죄 급증에 관한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지난달 26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해소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죠.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도 같이 급증했다고 지적하면서 연방기관에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적극 대응할 것을 지시했는데요.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가 재난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명백합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지난해 4월 사설을 통해 "바이러스와 질병을 특정 장소와 계속 연관시키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는 결국 모두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 지적했는데요.

그런데도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나타나는 건 위기 상황에서 인종주의와 민족주의가 강해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말했습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은 인종에 따라 심하게 계층화돼 있는 사회"라며 "(재난 시기에는) 기존의 질서가 흔들리면서 불안과 분노가 한 사회의 취약집단과 유색인종으로 향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런 현상은 반복됐다"며 "혐오는 심리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계층문제인데 취약집단을 지원하는 정책이 확대되고 그들이 스스로 경제력을 갖췄을 때 혐오가 사라진다"고 덧붙였죠.

이처럼 계층 간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시기일수록 오히려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혐오나 타인을 미워하는 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오히려 서로 연대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메시지들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무지와 편견이 만들어낸 혐오 범죄. 코로나 확산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미국 내 뿌리 깊은 인종차별 정서에 전 세계의 우려 섞인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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