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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3월 29일? 4월 2일?…경기도 첫 벚꽃 핀 진짜 날짜는

2021-04-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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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 3월 99년 만에 벚꽃이 가장 일찍 피었다는 소식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코로나로 우울한데 기분전환 된다'며 기뻐하는 누리꾼도 있었지만 '지구 온난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라는 우려도 나왔는데요.

예년보다 이른 개화에 주목하는 것은 상춘객들만이 아닙니다.

봄꽃이 피거나 단풍이 드는 등 식물계절 현상 관측 결과는 여러 분야에서 두루 쓰이는데요.

농업에서는 기온과 연관성이 있을 법한 식물 종을 모니터링하면서 농경지 주변 생물 변화를 연구합니다.

김명현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사는 "서양민들레는 1월과 2월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가면 3일 정도 개화가 빨라지고, 이는 화분 매개 곤충 등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아웃도어 브랜드를 위시한 패션업계가 야외 활동을 준비하는 고객을 위해 제품 출시를 앞당기는 등 산업 전반도 분주히 움직이죠.

그런데 관측 기준이 기관마다 제각각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벚꽃'입니다.

기상청은 서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왕벚나무를 표준목으로 지정,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활짝 피었을 때를 서울 벚꽃 개화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요.

박이형 기상청 부대변인은 "자료 연속성을 위해 표준목 값을 기준으로 평년보다 이르다, 늦다를 발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벚꽃 관측은 기상청뿐 아니라 산림청 국립수목원, 각 지역 국공립 수목원,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도 담당하고 있는데요.

저마다 관측 지점이 다르다 보니 첫 벚꽃이 피었다는 날짜도 조금씩 다릅니다.

기상청은 경기도청(수원시)을 지표로 올해 경기도 왕벚나무 개화일을 3월 29일이라고 발표했지만, 국립수목원은 4월 2일 광릉숲(포천시)에서 첫 개화를 관측했죠.

도시 기온이 산간보다 높아 꽃망울을 터뜨린 시기가 더 빨랐던 겁니다.

이러다 보니 공식 개화일보다 먼저 집 앞 나무에 꽃이 만개해 의아해하는 일도 생깁니다.

개화예상일을 기반으로 미리 일자를 잡는 축제 역시 때를 못 맞춰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될 때도 종종 있는데요.

벚꽃 예측을 맡은 케이웨더 등 민간기상업체도 독자적 예보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회사마다 꽃이 필 것으로 보는 날짜에 약간씩 차이가 있죠.

가을 단풍도 벚꽃과 마찬가지로 기관별로 예측·관측 기준이 상이해 단풍 시작과 절정 시기가 들쭉날쭉한데요.

식물 형태의 계절적 변화는 연속적 현상인 만큼 정확한 판단이 어렵고 관측자에 의해 큰 영향을 받습니다.

즉 자료의 객관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건데요.

통일된 잣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립수목원이 표준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지난 5일 발간된 '기후변화 지표 산림 식물계절 관측 모니터링 매뉴얼'에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대표 식물 60여 종의 관측 기준이 담겼습니다.

2009년부터 전국 10개 국공립 수목원이 권역별로 식물계절 현상을 매년 조사,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제시했는데요.

현상별 사진 자료와 더불어 침엽수와 초본류(풀)의 열매 성숙 시기를 4단계로 나누는 등 세분화된 내용이 특징입니다.

손성원 국립수목원 연구사는 "국내 관측 기준이 통일된다면 학문적 발전은 물론 육상생태계에서 기후변화 영향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명확한 척도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건 외국도 매한가지인데요.

미국 생물 계절 관측 네트워크(USA National Phenology Network)는 식물 및 동물 계절 현상에 따른 형태를 단계별로 정의한 매뉴얼을 발간하고 지속해서 개정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주관 개입에 따른 오차를 줄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하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 의의를 둡니다.

앞으로 정밀도를 높이려면 기후변화 지표종을 현대에 맞게 보완하고 관측 주체 간 활발한 정보 공유가 이뤄져야 할 텐데요.

공우석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여러 부처에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 종합적으로 해석하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협업과 공동연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식물계절 현상 관측. 쓰임새를 더하기 위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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