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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북극곰이야 회색곰이야…요즘 부쩍 늘어난 새끼곰 출생의 비밀

2021-05-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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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녹아서 무너져내린 빙하 끝이나 바다 위 작은 얼음에 서 있는 북극곰.

굶주림을 참지 못해 민가에 출몰하는가 하면 쓰레기차에 먹을거리를 구걸하기도 합니다.

지난 2008년 미국 멸종위기종보호법(ESA)상 위기종이 된 북극곰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공식 보호받게 된 최초의 동물이죠.

이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문제는 또 있습니다.

북극해 유빙은 북극곰의 서식지이자 사냥터인데요.

원래 북극곰 이빨과 두개골은 바다표범 같은 말랑한 지방질 섭취가 용이하도록 발달했습니다.

하지만 해빙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바다표범 등이 숨 쉬러 물 밖에 나오는 일이 줄어 이들을 잡아먹기 힘들어졌죠.

결국 북극곰은 딱딱한 먹이라도 먹거나 굶어 죽어야 하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 셈인데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새로운 방법을 이용하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먹잇감을 찾아 남하 도중 다른 종과 짝짓기해 '잡종곰'을 낳고 있는 건데요.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2006년 야생에서 처음 발견된 이 동물은 '피즐리곰' 또는 '그롤라곰'이라고 불립니다.

북극곰이 '회색곰'인 '그리즐리곰'과 만나 출산한 새끼곰인데요.

당시 캐나다 당국은 사냥꾼 총에 맞아 죽은 곰이 수렵 금지 대상인 그리즐리곰인지 조사하던 중 DNA 검사를 통해 수컷 회색곰과 암컷 북극곰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임을 확인했습니다.

동물원에서 둘의 교배종이 세상 빛을 본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자연상 존재가 확인된 것은 이때가 처음인데요.

피즐리곰은 북극곰처럼 몸의 대부분이 흰색 털로 덮여있지만 긴 발톱과 굽은 등, 갸름한 얼굴 등 그리즐리곰의 전형적 특징도 보이죠.

2017년 발표된 보고서는 피즐리곰이 요즘 들어 자주 목격된다고 전했습니다.

그리즐리곰 두 마리와 교미한 북극곰 암컷이 피즐리곰 8마리를 낳기도 했죠.

라리사 드샌티스 미국 밴더빌트대 생명공학과 부교수는 북극곰과 그리즐리곰이 약 50∼60만 년 전 같은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것으로 추정합니다.

둘 사이에 후손을 남길 수 있고 피즐리곰끼리 번식도 가능하죠.

기온이 올라 북극곰이 남쪽으로 내려오는 동안 그리즐리곰은 북쪽으로 올라갔고, 사는 곳이 겹치면서 피즐리곰이 탄생했다는 설명입니다.

드샌티스 교수는 "보통 잡종은 선대보다 환경에 부적합한 조건을 갖고 태어나지만 피즐리곰은 예외"라고 밝혔습니다.

최소한 북극곰보다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먹이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북극곰과 그리즐리곰 중간쯤인 피즐리곰 두개골 구조가 생체역학적으로 생존에 유리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극곰이 주로 지방질을 먹도록 진화한 것과 달리 그리즐리곰은 덩이줄기 등도 뜯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서식지를 갈라놓던 경계가 사라지면서 북극고래 등 북극에 살던 다른 동물 역시 비슷한 선택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어쩌면 북극곰으로선 기후변화 속 유전자 보존을 위해 불가피한 절충안이 아니었을까요?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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