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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페셜] 고촌 이종근의 제약 주권과 약업 보국 외길

2021-06-1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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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 창립80주년...R&D 성과 발판 100년 기업 길 열어
항생제 美수출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도전까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지난달 7일 창립 80주년을 맞은 '종근당'은 기념식에서 '창조적인 K-헬스케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100년 기업의 길을 제시했다. 종근당은 그동안 다져온 연구개발(R&D)역량 강화를 통해 장기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자는 과제도 발표했다.

약은 그 무엇보다 앞서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돼있다. 바이러스와 세균의 위협으로부터 인류의 안전을 지키는 약은 곧 국민을 지키는 힘이며 국가를 지탱하는 권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창업자 고촌 이종근(1919~1993) 회장은 약으로 나라에 기여하겠다는 '약업 보국'의 사명으로 우리나라 제약 역사를 이끌어온 숨은 주역이다. 그는 청년 시절 자전거로 약 행상을 하며 종근당을 창업했다.

◇ 궁본약방 창업에서 항생제 수출까지 이뤄내다

1940년대는 현재 국내 제약 산업을 이끄는 대표적인 제약 회사들이 등장하는 시기였다.

약방 외판원이었던 청년 고촌은 큰 꿈을 품고 힘차게 자전거 패달을 밟아 나갔다. 약을 싣고 상상할 수 없는 거리를 달리며 약 행상을 해온 그가 1941년 맨주먹으로 창업한 곳이 '궁본약방(宮本藥房)'이다.

고촌은 단순히 수입한 약을 판매하는 것에서 과감히 벗어나 직접 약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창업했다.

고촌은 "정직과 신용, 하면 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약업인으로서의 뜻을 펴기 시작했다.

1956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종근당 제약사'로 회사명을 바꾸고 우수 의약품 개발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며 평생을 제약산업에 헌신했다.

1960년대 고촌은 외국 회사들과 기술제휴도 이뤄냈다. 종근당이 국제화를 향한 시도를 한 것이다. 그는 이후 1961년 97일간의 해외 시찰에서 국내 의약품 제조기술의 현대화와 원료의약품 국산화의 시급함을 깨달았다.

고촌은 이러한 약업계의 통념을 부수고자 1965년 아시아 최대 규모 항생제 원료합성 공장을 준공했다. 그 후 우리나라에서도 자체 기술로 항생제 원료 출하가 시작됐다.

그는 "우리 국민의 생명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제약 주권과 아울러 경제를 발전시키는 약업 보국의 가치를 한국 제약산업에 심었다.

1968년에는 항생제 '클로람페니콜'을 일본, 미국 등 해외에 수출하며 국내 제약산업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도전정신을 심어주기도 했다.

그해 종근당은 국세청이 발표한 국내 기업 순위 중 78위를 차지하며 100대 기업의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969년 대한민국 의약품 총수출액은 1백10만4천993달러로 56.5%에 달하는 62만4천548달러가 종근당의 실적이었다.

◇ 글로벌 시장 향한 도전과 노력을 계속하다

고촌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정밀화학공업 육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1972년 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제약 연구와 기초 원료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제제와 합성 연구를 담당한 제1연구실과 미생물을 연구한 제2연구실로 조직을 구성하고 국내 유수의 대학교수들과 일본, 미국 등에서 박사를 초빙했다.

중앙연구소는 원료 국산화 연구에서 신약 개발로 목표를 전환하는 등 항생제 기초 원료에서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완전 국산화를 이룬다는 각오와 열정을 보여줬다.

연구소는 1980년 세계에서 4번째로 항결핵제 리팜피신을 자체 기술로 개발해 결핵치료제를 국산화했다. 리팜피신의 개발은 당시 2만7천 원에 달하던 수입 치료제가 3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시장에 보급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종근당은 1985년 리팜피신을 비롯해 2001년 기준 총 12개 품목이 미국 FDA 원료로 승인을 받아 국내 제약회사 중 가장 많은 FDA 승인 품목을 보유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종근당 효종연구소에는 400여 명 연구원이 밤낮없이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종근당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약물 재창출 연구를 통해 중증 환자 대상 치료제에 대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약물 재창출을 통해 췌장염 치료제였던 나파모스타트의 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을 발견했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혈장 치료제, 항체 치료제, 약물 재창출 방식이다.

현재 국내 항체 치료제인 렉키로나주가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고, 나파모스타트 약물 재창출로 개발된 나파벨탄은 현재 임상시험 진행단계에 있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한때 우후죽순 늘어났던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업체 가운데 현재는 대웅제약과 종근당 정도만 남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 사재 털어 재단 설립...기업이윤은 사회 환원을 기본 철학으로

고촌은 평소 기업활동으로 얻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1973년 3월. 회삿돈이 아닌 사재로 재단을 세워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종근당고촌재단을 통해 48년간 635억 원 규모로 장학 사업을 펼쳤고 이에 정부는 그에게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또한 곳곳에 고촌학사를 세워 학생들의 거주와 학업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고촌은 결핵 퇴치에도 앞장섰다. 종근당고촌재단은 UN 산하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Stop TB Partnership)과 공동으로 2005년 국제상 '고촌상(Kochon Prize)'을 제정해 매년 수상자를 선정, 후원하고 있다.

고촌상은 자체 기술로 항결핵 의약품을 생산해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시장에 보급하는 등 결핵 퇴치 사업을 위해 평생을 이바지한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사업단은 매년 결핵 퇴치를 위해 공적을 이뤘거나 결핵 퇴치를 위한 교육과 훈련 등에 앞장선 개인이나 기관 또는 단체를 선정해 상금을 포함 총 1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창립 80주년을 맞은 종근당은 미래를 향한 비전으로 'Creative K-healthcare DNA'를 발표했다.

한 사람에게서 전 인류까지, 예방부터 치료까지, 제약기술 혁신으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기여한다는 의미를 종근당의 영문 이니셜 'CKD'에 담았다.

그 뜻이 더 멀리 퍼져나가기를 희망해본다.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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