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하단 메뉴 바로가기

[뉴스피처] "성전환했어도 몸은 남성" 여자 경기 못나오게 막는다는데…

2021-06-17 07: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학생 스포츠 여자리그 성전환자 출전 금지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 CNN은 지난 1일(현지시간) 론 드샌티스 주지사가 "우리 주에서 여자아이는 여아부, 남자아이는 남아부 스포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법은 공립 학교 운동부가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구성돼야 하며, 이는 출생증명서 혹은 출생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기록된 문서를 기준으로 한다고 명시했는데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을 여성이라 인식하는 학생들은 여자부 시합에 나설 수 없게 된 셈이죠.

플로리다주는 아칸소주, 사우스다코타주 등에 이어 올해 8번째로 이를 법으로 못박은 주가 됐습니다.

플로리다주 합류로 더욱 세를 불린 이들은 보수 성향인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이끈다는 것이 공통점인데요.

AP통신은 미전역에서 유사 법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주가 최소 20개에 달한다고 집계했죠.

이 같은 움직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보와 정면충돌하는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끄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첫날 "학교 체육활동 등에서 젠더 아이덴터티, 성적 지향성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취임 닷새만인 같은 달 25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금지했던 트랜스젠더 군 복무를 다시 허용하는 등 성 소수자(LGBTQ) 권익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이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차별금지법'에 따라 성전환 여학생도 여자 게임에 뛸 수 있는 코네티컷주에선 지난해 법정 싸움까지 벌어졌는데요.

테리 밀러, 안드라야 이어우드 등 성전환 스프린터들이 2017년부터 15차례 챔피언 트로피를 쓸어가자 경쟁 선수 가족들은 대회 우승 및 장학금 기회를 빼앗겼다며 연방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여자 선수를 '구경꾼'으로 만든 건 평등한 기회 보장이라는 차별금지법 취지에 완전히 어긋난다"고 밝혔죠.

반면 밀러는 자신을 '소녀 단거리 주자'라 칭하며 "승리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무시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항변했는데요

연방법원은 "두 선수가 이미 졸업한 만큼 법적 다툼을 할 이유가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지만, 원고 측은 항소 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출전금지법 지지자들은 성을 변경하더라도 생물학적 남성으로서 신체적 이점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스포츠 본질인 '공정성'이 훼손된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앤절라 힐 미시시피주 상원의원(공화)은 "이들로부터 여성 스포츠를 보호하지 않으면 결국 여성부 경기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죠.

전직 여자 선수들도 '세이브우먼스스포츠'라는 단체를 만들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하지만 공화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차별적 법안을 밀어붙인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 최대 성소수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은 "10대 트랜스젠더를 낙인찍고 배제하는 법안"이라며 줄소송을 예고했고, 지난 4월 미 대학스포츠협회(NCAA) 역시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대학 스포츠에서 경쟁하는 기회를 지지한다"고 발표했죠.

성전환자가 경기력 차원에서 더 유리하다는 증거가 없고, 신체 조건은 개인별로도 차이가 있는 만큼 불공정하지 않다는 논리인데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30대에 성을 바꾼 뉴질랜드 역사(力士) 로렐 허버드(43)는 도쿄올림픽 여성부 87kg 이상급 출전권을 획득, 트랜스젠더 최초로 올림픽에 나오게 됐는데요.

2017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 티켓을 두고 그와 겨룬 동료들이 "남자와 싸웠다"며 불만을 드러내는 등 역차별 논란에 휘말렸죠.

학원 체육에 속속 제정되고 있는 트랜스젠더 출전금지법이 해묵은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모양새입니다.

sunny10@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