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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골판지 침대는 비켜라…재활용 끝판왕은 나야 나

2021-08-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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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면서 이제 스포츠계의 관심은 다음번 국제 대회로 향하고 있습니다.

동계올림픽,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몰려있는 2022년 특히 주목받는 대회는 당장 다음 달 최종 예선을 앞둔 '카타르 월드컵'인데요.

각국 축구협회가 대표팀을 구성하고 사령탑을 선임하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개최국 카타르에서는 전 세계 스타들이 모여 기량을 뽐낼 스타디움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중동의 자원 부국'으로 이름난 이 나라가 재활용 소재를 이용, 조립식 경기장을 짓는 데다 행사를 치른 후 아예 허물어버릴 예정이어서 눈길을 끕니다.

최근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수도 도하에 짓고 있는 '라스 아부 아부드 스타디움'입니다.

CNN은 이곳을 '월드컵 사상 최초로 철거를 계획하고 건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혁신적'이라고 소개했죠.

도하항 꼭대기에 화물 컨테이너 974개를 쌓아 완성하는데 숫자 '974'는 카타르의 국제 전화 코드 번호를 상징하며 컨테이너는 폐강철로 제작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건설 비용은 물론 공사 기간도 대폭 줄일 수 있었는데요.

8강전까지 총 7개 경기가 끝나고 나면 컨테이너와 착탈식 관중석 의자, 지붕 등을 모두 해체해 국내외 시설의 재료로 쓰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를 맡은 무함마드 알 아트완 매니저는 "4만석 규모 스타디움을 뜯어 그 자재로 타국에 다시 짓거나 2만석 짜리 두 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죠.

또 "스포츠 인프라가 필요한 국가에 분해된 부품을 기증할 의향이 있다"며 "이 운동장이 '선구자'로 남길 희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시도에는 '탄소중립 월드컵'을 표방한 주최 측 고민이 숨어 있는데요.

FIFA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카타르 월드컵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60만t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2018 러시아 월드컵보다 약 150만t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카타르는 '지속 가능한' 건축 방식, 자원 효율을 극대화한 자재 등을 통해 '친환경 경기장'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죠.

실제로 초대형 스포츠 행사용 시설이 환경 파괴 논란을 불러오거나 제대로 관리 안 돼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허다한데요.

2002년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 승리를 거뒀던 공간인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이 대표적입니다.

태풍이 올 때마다 지붕이 날아가는 바람에 고치는 데만 80억 원이 들어 한 시민단체가 '밑 빠진 독 상'을 주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했죠.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마친 뒤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 생태 복원을 전제로 조성된 알파인(활강) 경기장은 사후활용 해법을 놓고 지자체와 정부가 갈등을 빚다가 최근에서야 '곤돌라 한시적 운영' 등 타협안이 마련됐습니다.

열대우림 한가운데 세워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2014 브라질 월드컵 경기장 '아마조니아 아레나' 역시 사실상 방치된 상태.

현재 진행 중인 도쿄올림픽은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골판지 침대를 제공했다가 '성행위를 못 하게 하려는 것', '자다가 오줌싸면 큰일' 등 선수 사이에 웃음거리가 됐는데요.

때문에 "바람직한 선례를 남기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준비 중"이라는 카타르 '임시경기장'이 다음 개최지의 본보기가 될지 세계인의 이목이 쏠립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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