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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스트레스받으면 창밖 보라더니…머리 더 아픈 이유 있었네

2021-08-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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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빌딩을 쳐다보다가 실제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최근 미국 CNN에 따르면 업무 중 조금 숨을 돌리려고 창밖 건물을 바라보다가는 오히려 두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하다 받는 스트레스로 직장에서 두통이 생기는 건 흔한 일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빌딩 숲'에 가까운 오늘날 도시에서 몇몇 사람들이 머리 아파하는 것은 네모반듯한 건물이 가득한 풍경 때문이라는데요.

사람의 뇌는 수만 년에 걸쳐 자연의 풍경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도시 풍경은 이처럼 자연의 모습에 익숙한 우리 뇌가 처리하기 어려운 반복적인 패턴인 경우가 많죠.

일반적으로 '공간 주파수'(spatial frequency·주기적 패턴이 단위 길이당 반복되는 횟수)가 낮은 큰 줄무늬는 대비(contrast·가장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상대적 차이)가 크고, 주파수가 높은 작은 줄무늬는 대비가 작은데요.

쉽게 말해 자연 풍경 속 크고 작은 줄무늬들은 함께 섞여 있을 때 서로를 상쇄하는 경향이 있어 결국 우리는 자연에서 선명한 직선 형태를 보는 일이 없는 셈입니다.

하지만 요즘의 도시 풍경은 이 같은 '자연의 법칙'을 깨버리고 네모난 창문과 계단처럼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모양을 보여줍니다.

이런 도시 건축의 반복적인 패턴은 자연에 맞춰 진화한 인간의 뇌가 처리하기에 좀 더 어려운 정보가 되는 것이죠.

따라서 카펫이나 에스컬레이터의 줄무늬와 같은 일부 패턴은 두통이나 심지어 뇌전증 발작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데요.

영국 에식스대학교 등 다수 기관에서 연구한 결과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난 풍경을 바라볼 때 인간의 신경세포는 활동이 증가하고 분포가 조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최근 100년간 건물 디자인이 점점 더 많은 직선을 사용하는 등 자연의 모습에서 더욱 멀어지는 쪽으로 변화했다는 겁니다.

이는 곧 '쳐다보기 괴로운' 존재들이 우리 주변에 더 많아졌다는 의미죠.

전문가들은 뇌에서 사용하는 산소량을 가지고도 현대 건축이 우리 뇌를 얼마나 피곤하게 하는지 실험했는데요.

이 연구는 뇌가 과도하게 산소를 사용하는 것과 두통 발생이 관련 있다는 기반하에 수행됐고 결론적으로 자연의 법칙과 동떨어진 풍경을 볼 때 우리 뇌가 더 많은 양의 산소를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편두통 환자의 경우 반복 패턴처럼 '피곤한 풍경'에 취약해 뇌의 산소 사용량이 증가하며 두통을 느끼는데요. 일부는 건물 디자인 때문에 사무실에 들어갈 때마다 두통이 생기고, 제대로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는 실내 화학물질과 환기 설비 등 주로 건물 내부 문제로 인한 '빌딩 증후군'에 더해 외부 디자인과 인테리어까지 현대 건축물이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인데요.

아널드 J 윌킨스 에식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일부 반복 패턴은 건축 구조상 피할 수 없지만 건축물에 나타나는 다수의 직선 무늬는 불필요한 디자인 요소"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이제 건물과 사무실 설계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에 자연의 법칙이 접목돼야 할 때"라며 벽과 블라인드, 카펫 등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직선 무늬를 줄이는 식으로 변화를 줘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증상을 피할 것을 권합니다.

산과 바다로 휴가를 떠났다가 대도시에 다시 들어서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댄다는 일부 사람들.

그 두통 원인 중 하나는 어쩌면 도시에 가득한 고층빌딩의 디자인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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