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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9시 정각에 출근한 후배 얄밉다면 꼰대인가요?

2021-10-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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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얼마나 일찍 나올지는 개인 자유. 5분 전이든 딱 맞게 오든 상관없다." (한지원·29세)

"요즘 직원들은 5분 전 도착해서 화장실에 갔다가 9시 반쯤 일을 시작하더라. 최소 20분 전엔 와야 업무 효율이 올라가지 않나". (장관수·47세)

"20분은 너무 과한 것 같고 5분 전까지 출근하는 건 괜찮다." (손지혜·24세)

"20∼30분 전 자리에서 미리 하루를 계획하는 게 직장인 도리" (이진용·57세)

지금 일어날지 5분 더 자다가 지각만 면할지는 매일 아침 출근러가 겪는 내적 갈등인데요.

특히 내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과 함께 다시 지옥철 탑승을 앞둔 회사원 사이에 이 같은 고민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출근 시간이 9시인데 8시 55분에 나타나는 후배에게 더 일찍 다니라고 한 자신이 꼰대인지 묻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죠.

이 같은 일은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 즉 그때마다 다릅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사례별로 따져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인데요.

조기 출근을 회사 사규로 정해놨거나 입사 시 근로계약서를 통해 사측과 합의했더라도 이를 지키지 않을 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법일 가능성이 큽니다.

즉, 고정적·강제적 성격이라면 사내 규정을 준수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인데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지휘·감독을 받으면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에 속하는지라 사업주는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고용부 진정, 민사소송 제기도 가능하죠.

다만, 동료와의 커피 타임처럼 자율적으로 업무를 준비한다면 근무시간으로 쳐주지 않는다고 하네요.

전병옥 노무사는 "20∼30분 전 오지 않으면 지각 처리하겠다는 기업에 맞서 임금 체불로 진정을 낸 케이스가 있다"며 "연장근무를 강요하고 금전상 불이익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꼭 법적 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같은 견해차는 직장 내 마찰을 야기하기도 하는데요.

윗사람이 퇴근하지 않는 한 일이 없어도 자리를 지켜야 했고, 빨리 오고 늦게 가는 것을 성실성 척도라 여겼던 기성세대와 달리 정규 시간 내 최대한 집중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벼룩시장이 2019년 직장인 8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 81.7%가 '출근 시간에 늦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답한 반면, 50대 이상 70%는 '미리 출근해 업무 준비를 끝내야 한다'고 응답해 연령별 반응이 엇갈렸죠.

같은 해 취업포털 커리어 설문에선 정해진 시간보다 '10∼20분씩 일찍 출근한다'는 이들이 44%로 가장 많았고 '30분 일찍'(28.1%), '정각'(14.9%), '5분 일찍'(13%) 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응답자 절반(49.4%)은 '상사보다 먼저 출근한다'고 밝혀 실제 사무실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데요.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40대 이상은 당연시하는 조직문화라도 지금 20∼30대에겐 낯선 만큼 세대 갈등이 있을 수 있다"며 "사회가 노동시간 등을 명확히 정의하고 기업도 분명한 지침을 통해 충돌 요소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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