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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넘기고 몰래 보증금 받아 써…대법 "횡령죄 아냐"

2022-06-2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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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돈을 받을 수 있는 채권을 넘긴 사실을 채무자에게 알리지 않고 돈을 받아 썼어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민사 소송으로 다툴 일이지, 형사 처벌까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요.

판결의 의미는 무엇인지, 장효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2013년, A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인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B씨에게 넘겼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건물주에게 알리지 않은 채, 이듬해 자신이 보증금을 받아 써버렸습니다.

횡령죄로 재판에 넘겨진 A씨.

1심과 2심 모두 유죄를 인정했는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현행법상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는 대상은 '남의 재물을 대신 보관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집주인은 A씨에게 돌려줘야 할 돈을 줬을 뿐 B씨에게 돈을 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증금은 여전히 A씨 소유라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A씨가 건물주에게 채권 양도 사실을 통지하는 것도 A씨의 민사상 의무일 뿐, B씨의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이번 판결에는 일반적인 계약을 지키지 않았을 때, 횡령·배임 같은 형사법상 범죄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제한해 온 최근의 대법원 판례 흐름이 반영됐습니다.

관계자들끼리 민사 소송으로 다투면 되지, 강력한 법적 제재 수단인 형벌로써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대법원은 죄가 되는 조건을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법률이 없으면 죄도 없다는 '죄형법정주의'를 강화했다고 이번 판결의 취지를 밝혔습니다.

최근 몇 년간 민사상 손해배상 영역에 놓인 개인의 재산처분 행위를 형사법의 영역에서 다루면 안 된다는 흐름이 지속된 만큼, 유사한 판례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연합뉴스TV 장효인입니다. (hijang@yna.co.kr)

#대법원 #임대차보증금_반환채권 #보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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