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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CCTV 인터넷에 '맘대로 공개' 논란…손님 조롱까지

송고시간2020-01-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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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노출된 캡처사진까지 버젓이…등장인물 상대 악플도 유발

전문가 "신원 특정되지 않으면 법적 제재 어려워…제도개선 필요"

디씨인사이드에 올라온 CCTV 캡처 사진(원본 사진에는 모자이크가 없음)
디씨인사이드에 올라온 CCTV 캡처 사진(원본 사진에는 모자이크가 없음)

[디씨인사이드 갤러리]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최근 배우 박보영과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각각 열애설에 휘말려 곤욕을 치른 것은 모두 당사자 동의 없는 '폐쇄회로(CCTV) 화면 유출' 탓이었다.

박보영은 경북 영덕의 한 카페를 찾았을 때 CCTV에 찍힌 사진이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카페 관계자가 CCTV 화면을 찍어 인쇄한 뒤 매장 홍보용으로 내부에 붙이자 일부 손님이 이를 다시 촬영해 인터넷상에 올리면서 급속도로 유포됐다.

이를 계기로 박씨와 카페에 같이 있었다는 목격담이 나온 남성 배우 간 열애설이 일었다. 두 배우는 모두 열애설을 일축했고, 박씨는 문제가 된 카페 측에는 사진을 떼달라고 했다. 아울러 사진과 함께 열애설을 퍼뜨린 일부 연예매체와 누리꾼들에게는 강경대응 의사를 밝혔다.

정국은 경남 거제시의 한 노래방에 방문했을 때 모습이 담긴 CCTV 사진이 지난해 9월께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 게시됐다. 정국과 함께 사진에 나온 여성 지인 사이의 관계를 두고 사실과 다른 억측이 나돌자 소속사는 CCTV 내용을 유출한 노래방 관계자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작년 12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 사례는 피해자가 유명인인 까닭에 화제가 됐다. 하지만 매장 직원 등이 CCTV에 찍힌 고객 모습을 인터넷에 무단으로 공개하는 일은 촬영 대상이 유명인인지와 무관하게 종종 벌어지고 있다.

CCTV
CCTV

[연합뉴스 자료사진]

각종 캡처사진이 연일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1년여간 '편의점 갤러리'에 14건, 'PC방 갤러리'에 4건의 매장 CCTV 사진이 공개됐다.

대부분 촬영 대상의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모자이크 처리 등이 된 채였지만, 손님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얼굴이 고스란히 노출된 경우도 있었다.

얼굴을 가린 경우에도 대상의 차림새나 소지품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가 많았다. 본인이나 가까운 지인이라면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정지된 사진상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손님의 행위가 함께 언급되기도 했다. 일부 게시물에는 '우리 매장에서 물건을 훔쳐 간 사람이다', '가게에 자기 집 쓰레기를 버리고 갔다'라는 설명이 붙었다.

CCTV에 찍힌 고객을 별다른 이유 없이 조롱하는 게시물도 있었다.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있는 남녀가 머리 위 CCTV에 찍힌 사진에는 '여자가 무척 싫어하는데 남자가 들이댄다'는 설명이 붙었다. 이 게시물에는 '발정 난 개도 아니고', '성욕이 뇌를 지배했나' 등 악성 댓글이 달렸다.

본인 동의 없는 CCTV 화면 공개로 당사자들이 충분히 불쾌함을 느낄 법한 상황이 실제 벌어지지만, 유명인이 아니거나 사진에 얼굴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은 경우에는 일부 특수한 조건이 아니면 법적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법무법인 거산의 신중권 변호사는 11일 "연예인 등이 나온 화면을 본인 동의 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공개한다면 퍼블리시티권(이름이나 초상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도 "통상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초상권 침해를 적용하려면 얼굴 등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송재성 안심 법률그룹 대표변호사는 "사진에 드러난 신체 일부나 소지품의 모습만으로 개인정보 침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면서 "화면에서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신체 부위가 강조됐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는 있다"고 했다.

송 변호사는 "촬영된 내용과 상관없이 CCTV를 공개하는 행위 자체를 규제하거나, 관련 자료를 반드시 수사기관을 통해서만 공개할 수 있도록 하면 손님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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