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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르포] "전쟁 시작되나"…불안 속 미국 대응에 촉각

송고시간2020-01-0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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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불안감 높아져 일부 '피란 준비'

학교 정상 수업…사재기·엑소더스 현상은 아직 없어

테헤란 시내에 걸린 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모 포스터
테헤란 시내에 걸린 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모 포스터

[테헤란=연합뉴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밤을 꼬박 새웠다. 이제 전쟁이 시작되는 건지 걱정된다"

8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향해 대규모 미사일 보복 공격을 감행하자 테헤란은 온통 전쟁 걱정으로 술렁였다.

택시 기사인 아흐메드 솔라니 씨는 "최근 며칠간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에 가혹한 보복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누누이 내보낸 터라 어느 정도 마음의 각오는 했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다"라며 "새벽에 운전하다 긴급 뉴스를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방송을 통해 테헤란 일반 시민에게 전해진 것은 이날 새벽 3시께였다. 이란 국영방송은 방송과 라디오를 통해 장중한 군가와 함께 '샤히드(순교자) 솔레이마니' 보복 작전의 시작을 알렸다.

주부 닐루파(52)씨는 "간밤에 남편이 나를 깨우더니 피란을 가야 할 수 있다고 했다"라며 "친척과 친구들과 전화와 스마트폰 메신저로 전쟁 가능성을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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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bYgWALo3JzU

미국의 반격을 우려해 아제르바이잔, 터키와 가까운 테헤란 북부 카스피해 쪽으로 향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이란 시민들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피살과 미사일 보복으로 미국과 이란이 한 번씩 '펀치'를 주고받은 만큼 미국의 다음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회사원 하이다리 씨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앞으로 전쟁이 나느냐 마느냐가 달린 것 같다"라며 "혁명수비대가 미군이 죽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테헤란 시민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오늘 새벽 미사일을 맞은 미군 기지에서 이미 미군이 대피했지 않겠느냐"라며 "미군 사망자가 없다면 미국이 공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우려했다.

이란 외환 시장에서 달러대비 리알화의 비공식 환율은 8일 오전 전날보다 5% 정도 상승해 이란 내부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8일 새벽 테헤란 시내 모다레스 대로
8일 새벽 테헤란 시내 모다레스 대로

[테헤란=연합뉴스]

그러나 우려했던 생활필수품과 식량 사재기나 '엑소더스' 수준의 탈출 현상은 벌어지지 않았다.

테헤란 시내의 대형 마트인 샤흐르반드의 한 종업원은 8일 오전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손님이 왔다"라며 "통조림, 화장지 같은 물품을 많이 사는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라고 전했다.

테헤란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란과 가깝고 이란인이 무비자로도 갈 수 있는 터키행 문의가 평소보다 조금 많았다"라며 "일부 항공사의 비행기 표가 매진됐지만 큰 동요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테헤란 서민 중 이런 비상상황에서 외국으로 도피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가 많지 않다"라며 "외국인의 비행편 예매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란 교육 당국도 휴교령을 내리지 않아 학교도 정상적으로 수업했다.

테헤란의 중학교에 다니는 알리 레자 군은 "결석한 친구가 조금 많아졌긴 했는데 대부분 학교에 나와 수업을 받았다"라며 "선생님께서도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테헤란의 한 시사평론가는 "이란 국민은 서방의 군사적 위협과 무력 충돌에 익숙한 편이다"라며 "그래서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느냐'는 무심함이 아니라 '전쟁은 언제라도 날 수 있다'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산다"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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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yZ3v9KXYFPo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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