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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말이산 가야고분서 '별자리'…"고대 천문사상 보여줘"(종합)

송고시간2018-12-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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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채색고분 천장서 125개 '성혈' 확인…"가야무덤 첫 별자리"

인근 추정왕성지서 무기·무구류 나와…"왕성지라 단언할 근거"

함안 말이산 고분 13호분에서 발견된 '별자리' 덮개돌
함안 말이산 고분 13호분에서 발견된 '별자리' 덮개돌

[문화재청 제공]

(함안=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5세기 후반 아라가야 왕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에서 '별자리' 그림이 발견됐다. 무덤 천장 한복판 덮개돌에 새긴 별자리다.

가야 무덤에서 별자리는 처음으로, 옛 아라가야인의 천문사상을 엿보게 하는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함안군 가야급 도항리 936번지 소재 '함안 말이산 13호분'(사적 515호)에서 네 벽면을 온통 붉게 채색한 구덩식 돌덧널무덤 덮개돌에서 125개 별자리를 찾아냈다고 18일 밝혔다. 이곳은 함안군과 (재)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이 지난 6월부터 발굴조사 중이다.

13호분은 말이산 고분군 중앙부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며, 봉분 규모도 직경 40.1m 높이 7.5m에 달하는 아라가야 최대급 고분이다.

말이산 고분군은 1.8km 길이 구릉에 다양한 시기와 형태의 가야 무덤 1천여 개가 밀집한 곳으로,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조사가 진행된 고분은 248기 정도다.

13호분은 일제강점기인 1918년 야쓰이 세이이쓰(谷井濟一)가 한 차례 조사한 적이 있으나 도굴식 조사에 그쳤다.

함안 말이산 13호분
함안 말이산 13호분

[문화재청 제공]

100년 만에 재개된 이번 조사에서는 13호분이 내부를 붉게 칠한 이른바 주칠(朱漆) 고분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무덤 내부는 적벽돌을 치밀하게 쌓아 올린 듯한 모습이었다. 셰일계 점판암 석재를 차곡차곡 쌓은 뒤, 벽면을 점토로 곱게 미장하고 적색 안료를 그 위에 칠한 것이다.

돌방무덤에서 주로 보이는 붉은 채색고분이 시기적으로 앞서는 돌덧널무덤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무덤방도 길이 9.1m, 폭 2.1m, 높이 1.8m 최대급 규모다. 도굴구멍에서 수습한 유물 연대로 보아 5세기 후반대에 무덤을 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덤을 축조할 당시 기존 암반지형을 활용해 암반대를 조성한 뒤, 중심에 묘광(墓壙)을 뚫고 다시 흙을 쌓았음이 드러났다.

봉분을 올리는 데 필요한 자원 마련과 이동은 최소화하면서, 외관상 성대하게 보이도록 고안한 공법이다.

무덤방을 덮은 덮개돌 중 중앙돌 아랫면에서는 125개 별자리 그림인 성혈(星穴)이 발견됐다. 크기와 깊이가 제각각으로, 각각 다른 성혈 크기는 별 밝기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혈을 새긴 면을 주인공이 안치된 무덤방 중앙부에 배치한 것을 보면, 무덤을 축조할 당시부터 이렇게 구성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사단은 "성혈이 고분 덮개돌 윗면에서 아주 드물게 발견되기는 하지만, 무덤방 안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옛 아라가야인들의 천문사상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별자리 발굴된 말이산 고분군
별자리 발굴된 말이산 고분군

(함안=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18일 오후 무덤 천장 한복판 덮개돌에 새긴 별자리 그림이 발굴된 경남 함안군 가야읍 '말이산 고분군 13호분'의 모습. 가야 무덤에서 별자리는 처음으로, 옛 아라가야인의 천문사상을 엿보게 하는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된다. 2018.12.18 home1223@yna.co.kr

한편 6월 확인된 인근 아라가야 추정 왕성지의 후속 조사에서는 성벽 내부 건물지와 유물이 추가로 확인됐다.

지난 조사에서 2동의 수혈거주지가 확인됐으나, 이번에는 수혈건물지 10동과 고상건물지(지상에서 떠 있는 건물) 2동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들은 중앙 빈터를 중심으로 둥글게 배치돼 공간 배치에 대한 의도적인 기획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토성벽 단면조사에서는 목재를 통째로 태운 목탄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나뭇잎이나 풀을 흙과 함께 쌓은 고대 건축기법인 부엽공법과는 다른 것으로, 토층을 단단하게 하고 배수를 원활히 하기 위한 방안이다. 비슷한 사례가 추가로 확인될 경우 가야 특유의 토성 축조 기법이 존재했다고 볼 증거다.

건물지에서는 쇠화살촉, 쇠도끼, 비늘갑옷편 등 무기와 무구류가 다수 발견돼 군사집단이 상주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상당한 높이의 망루와 길이 5m에 이르는 대형 부뚜막 흔적도 발견됐다.

현장을 안내한 강동석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실장은 "이렇게 대규모 토목공사에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는 정치권력이 존재했고, 전문화한 군사집단이 거주했음을 볼 때 추정왕성지가 아닌 왕성지로 단언해도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발견된 토기들에는 아라가야가 주변 가야세력과 활발히 교류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가야와 소가야 토기가 포함됐다.

아라가야 유적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함안군은 가야사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문화재과 신설을 추진 중이다.

아라가야 왕성 발굴지 조사 전경
아라가야 왕성 발굴지 조사 전경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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