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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살처분, 씨 마른 오리…"AI 닭으로 번지는 것 막아라"

송고시간2016-12-1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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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오리 100만마리 중 20만마리 남아…닭 10% 살처분 그쳐 그나마 다행

1천여만 마리 닭 '사수' 안간힘…"면역력 떨어뜨리는 사육기간 연장 안돼"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닭 산란율을 높이려고 사료와 물 줄이지 마세요. 그러다가 AI에 감염되면 살처분 비용을 지원하지 않겠습니다"

퍼지는 AI[연합뉴스 DB]
퍼지는 AI[연합뉴스 DB]

닭은 부화한 지 24주 됐을 때부터 알을 낳고 76주 때부터 산란율이 떨어진다. 경제성이 낮아지는 이 시기에 사료와 물 공급량을 대폭 줄이면 묵은 깃털이 빠지고 새로운 깃털이 나면서 산란율이 올라가게 된다.

돈을 들여 산란용 병아리를 들여오지 않고 산란율을 유지할 수 있는 수법인데, 전문 용어로 '환우(換羽)'라고 한다.

문제는 환우를 촉진하기 위해 사료와 물을 줄이는 이 시기에 산란용 닭의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축산 방역 당국이 걱정하는 것은 이런 부분이다. 면역력이 떨어진 닭이 오리에 집중되던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걸리기라도 하면 대대적인 살처분이 불가피해진다.

충북도 가축방역대책본부는 지난 6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사육기간이 지난 닭을 제때 폐기 처리하지 않다가 AI에 감염됐을 경우 살처분 비용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AI가 퍼지면서 충북에서는 오리의 씨가 마르다시피 했다. 대대적인 살처분으로 인해 도내 오리 사육 농가는 당초 122곳에서 5분의 1 수준인 24곳으로 급격히 줄었다. 100여만 마리에 달하던 오리 가운데 살처분을 모면해 남은 오리는 20만마리에 불과하다.

지난 5일 이후 나흘 동안 AI 추가 발생 의심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는데, 더는 감염될 오리가 없어서라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닭이다. 지난달 16일 음성군 맹동면의 육용오리 농장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지난 9일까지 살처분된 닭은 9개 농장 103만357마리에 달한다.

가금류 누적 살처분 마릿수 187만1천898마리의 55%를 차지한다.

AI 확산세가 주춤해졌지만 도 방역대책본부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오리 사육 농가가 대폭 줄어든 것과 달리 AI 감염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닭 사육 농가는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다.

도내 닭 사육 마릿수는 1천만 마리를 웃돈다. '서해안 오리 벨트'에 속해 있는 음성의 32개 농가가 충북에서 가장 많은 230만8천500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다.

이어 충주 32개 농가 159만8천900마리, 옥천 6개 농가 101만9천마리, 제천 14개 농가 85만1천마리, 괴산 22개 농가 83만7천마리, 청주 25개 농가 83만4천800마리, 진천 20개 농가 79만5천700마리, 영동 11개 농가 72만마리 등의 순이다.

모두 더하면 1천2만1천200마리에 달한다. 전체 물량의 80%가량이 살처분된 오리와 달리 닭은 10% 살처분되는데 그쳐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계속되는 살처분[연합뉴스 DB]
계속되는 살처분[연합뉴스 DB]

그러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발생 초기 오리에 집중되던 AI가 닭으로까지 퍼지는 양상을 띠고 있어서다.

AI가 이미 발생한 음성·진천·청주·괴산·충주 외에 도내 나머지 6개 시·군에서 많은 농가가 육계와 산란계, 종계, 토종닭을 키우고 있어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음성 맹동면 봉현리의 농장에서 닭이 폐사한 데 이어 지난 1일 청주 오송읍 산란계 농장, 4일 음성 삼성면 산란계 농장, 5일 충주 대소원면 토종닭 사육농장에서 폐사가 이어지는 등 AI가 닭으로 번지는 양상이 확연하다.

아침, 저녁으로 수은주가 영하권을 맴돌면서 AI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방역을 느슨하게 하면 AI 차단은 더욱 어려워진다.

충북도는 도내 산란계 농장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차량 이동통제초소 38개소를 추가 설치했다.

이들 초소는 산란계 농장을 출입하는 차량의 소독 여부, 무등록 차량의 달걀 운반 여부, 위성항법시스템(GPS) 장착 여부 등을 일일이 확인한다. 지난 8일 무등록 차량 1대가 적발돼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달걀 수집 판매업체도 집중 점검, 무등록 차량이나 GPS를 장착하지 않은 차량이 적발되면 즉시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산란율을 높이기 위해 사료와 물을 적게 주면서 깃털 갈이를 시키는 환우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를 제지할 법적 장치는 없지만 충북도는 입식 장부와 사육 일지를 꼼꼼히 점검, 사육 기간을 늘린 게 적발되면 살처분 비용을 일절 지급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도 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의심 신고가 며칠째 접수되지 않는 등 AI가 수그러드는 분위기지만 방심할 수 없다"며 "차단 방역에 소홀했다가 닭으로 번지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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