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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첫 프라이머리 자긍심 뉴햄프셔…무당파 표심 어디로?

송고시간2020-02-11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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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아이오와보다 뉴햄프셔가 더 중요" 한목소리

공화당 경선은 트럼프 승리·민주당은 예상 엇갈려

특정정당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40% 선택이 결정적 변수

(맨체스터[뉴햄프셔]=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아이오와 사람들은 옥수수를 뽑지만 뉴햄프셔 사람들은 대통령을 뽑는다"

1988년 존 수누누 당시 뉴햄프셔 주지사의 발언이다. 아이오와가 미국 대선 경선의 출발점이긴 하지만 첫 프라이머리가 열리는 2차 경선지 뉴햄프셔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오는 11일 프라이머리를 코앞에 둔 9~10일 만난 뉴햄프셔 주민들의 자긍심은 대단해 보였다. 자신들의 선택이 전체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앞두고 한 타운홀 미팅 참석한 유권자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앞두고 한 타운홀 미팅 참석한 유권자들

[로이터=연합뉴스]

이곳 사람들은 첫 프라이머리가 초반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선거전은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아닌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았다. 코커스는 당원이 참여해 공개투표로 진행하지만 프라이머리는 비당원까지 투표장에 나와 비밀투표를 하기 때문에 민심을 더 잘 반영한다는 뜻이었다.

뉴햄프셔 유권자인 마이크 새퍼는 "첫 프라이머리 결과가 이후 경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아이오와 코커스는 말만 첫 경선이지, 제대로 된 투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대 여성인 조슬린 너니는 지난 3일 아이오와 코커스가 개표 지연, 투표 신뢰성 문제를 일으킨 것을 염두에 둔 듯 "아이오와가 엉망이 되지 않았냐"고 반문하며 "비당원도 참여하기 때문에 다양성 면에서도 프라이머리가 더 낫다"고 평가했다.

뉴햄프셔주 민주당에서 일한다는 한 여성은 "뉴햄프셔는 주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해 가가호호 방문하듯 선거운동을 한다"며 "유권자도 주자를 접할 기회가 다른 주에 비해 빈번하다 보니 판단도 더 정확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뉴햄프셔주가 1952년 지금과 같은 경선 방식을 시작한 뒤 배출된 12명의 대통령 중 이곳에서 승리하지 않고 당선된 사례는 3번에 불과했다.

'대선 풍향계' 뉴햄프셔주 주민들의 선택은
'대선 풍향계' 뉴햄프셔주 주민들의 선택은

[AFP=연합뉴스]

그렇다면 뉴햄프셔 주민들은 이번 프라이머리 결과를 어떻게 예상할까.

지지 여부를 떠나 공화당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보이는 이들이 없었다.

반면 민주당 경선은 사람마다 생각이 갈렸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크리스틴 리브스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너무 늙고 흠결이 많다"며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은 급진적이다. 점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샌더스 지지자인 20대 여성 에바 기뎃은 "미국은 혁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바이든이나 부티지지로는 안 된다. 두 사람도 미국의 과제를 떠안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지지자인 칼 에스먼슨은 "부티지지는 시장 경력 8년이 전부라 중앙정치를 헤쳐나갈 경험이 부족하다. 샌더스 역시 비전은 좋지만 이를 현실화할 힘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뉴햄프셔가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무당파가 많다는 점에도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뉴햄프셔 주정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올해 11월 대선에 유권자 등록을 마친 이들은 모두 98만명이다. 이 중 공화당 지지자 29만명, 민주당 28만명으로 엇비슷한 반면 무당파는 42만명으로 무려 40%가량을 차지한다. 무당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 후보. 부티지지 - 샌더스 - 워런 - 바이든 (PG)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 후보. 부티지지 - 샌더스 - 워런 - 바이든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이렇다 보니 뉴햄프셔 표심은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으로 쏠려 있지 않다. 뉴햄프셔는 1952년 이후 17번의 대선에서 공화당에 10번, 민주당에 7번의 승리를 안겨줬다. 최근 10번의 선거만 따지면 공화당과 민주당 공히 5승 5패다.

특히 무당파의 경우 정당보다 인물, 대선 당시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특징이 있다 보니 뉴햄프셔 투표가 대선 개표 결과와 일치하는 경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자신을 무당파로 소개한 론 부트는 우스갯소리처럼 "뉴햄프셔 사람들의 생각은 매일매일 바뀐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뉴햄프셔 주민들은 대선 결과를 놓고도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2016년 대선 때 뉴햄프셔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0.3%포인트의 근소한 차로 힘겹게 승리한 곳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마이크 섀퍼는 이번에도 뉴햄프셔는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지사는 공화당이지만 2명의 상원 의원과 2명의 하원 의원 모두 민주당일 정도로 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반면 호텔에서 일하는 캐럴 해리슨은 자신이 민주당을 지지한다면서도 "뉴햄프셔는 반반으로 나뉘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길 가능성이 큰 것 같다"며 "자영업자 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를 살렸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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