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대통령 탈당" 주장까지 나온 與 의총…해법 격론

송고시간2016-11-04 23:49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與 '지도부 사퇴론' 비등…이정현 "시간갖고 거취결정"비박 "자유당 처럼 안되려면 지도부 사퇴가 첫걸음"친박 "타이타닉호에 남겠다"…최경환 "이정현 충정 이해해야"

발언하는 이정현
발언하는 이정현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뒷모습)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현혜란 기자 =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 파문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새누리당에서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그동안 "사태 수습이 먼저"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해 온 이정현 대표로선 압박 수위가 높아진 셈이지만, 이 대표는 "시간을 갖고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거부했다.

4일 오후 4시부터 국회 본청에서 6시간30분 동안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는 129명의 소속 의원 가운데 110명가량 참석, 여느 때보다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특히 김무성, 유승민, 최경환 등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를 대표하는 주요 인사들도 의총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의총에서 발언한 의원은 44명이다. 이 가운데 이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 의원과 이에 반대한 의원이 절반씩이었다고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밝혔다. 비박계 쪽에선 과반, 많게는 약 3분의 2가 이 대표 사퇴로 기울었다고 주장했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오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직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못 한다는 게 국민의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원내 상황을 매듭짓고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은 당장 여야 협상의 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인준을 통한 거국내각 구성이 마무리되면 다음달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황영철 의원은 "'촛불'에 밀려서 사퇴하는 게 올바른지, 아니면 우리 당 스스로 결정해서 사퇴하는 모습이 좋은 건지 판단을 내려달라"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

하태경 의원은 "새누리당은 1960년 자유당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길을 가고 있다"며 "자유당처럼 안 되기 위해선 이정현 지도부 총사퇴가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홍
새누리당 내홍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개와 비공개 여부를 두고 비박계 의원들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의원은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이날 발표된 갤럽의 1~3일 여론조사에서 5%까지 곤두박질치는 등 싸늘해질 대로 싸늘해진 민심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재경 의원은 "진정한 거국중립내각에서 대통령은 당적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과감하게 대통령을 당과 독립적인 관계로 설정하고, 대통령 없이 혼자 서는 모습을 보여야 수권정당의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의 의견을 듣던 이 대표는 의총 말미에 "자리에 연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쉬운 결정"이라면서도 비박계 의원들의 즉각적인 사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민 원내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 대표는 "당장에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그렇게 서두르지 않으면 좋겠다. 시간을 갖고 중진들과 함께 거취와 관련해서 이야기하겠다"며 당의 위기 타개를 위한 '로드맵'도 거취 표명 때 내놓겠다고 했다.

이 대표에 앞서 친박계 의원들은 지도부 조기 사퇴가 당의 리더십 공백을 초래할 뿐 아니라, 가뜩이나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박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자충수'라는 반론을 폈다.

이들은 한결같이 당을 '타이타닉호'와 '세월호'에 비유했다. 빙산에 부딪혀 서서히 침몰한 타이타닉호는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이 배에 남은 반면, 세월호는 선장부터 빠져나왔다는 얘기다.

박대출 의원은 "세월호 선장이 될지 타이타닉 음악대가 될 것인지 생각해보자"고 했다. 당 지도부는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연주한 음악대가 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진태 의원도 "나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대통령 나가라', '당 대표 나가라' 하지 않고 배와 함께 가라앉겠다"고 말했다.

이완영 의원은 "감정적으로 할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며 "물에 빠질수록 침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태가 워낙 엄중하기 때문에 이 국면을 빠르게 수습해야겠다는 충정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 대표에 힘을 싣는 모습이었다.

zheng@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