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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해제문건으로 엿본 美 핵종말 비상생존계획

송고시간2017-04-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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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온존과 인구 80% 생존 목표…40년전 카터 때 본격 추진

"러시아, 북한, 트럼프로 인해 비상계획 가동 위협 커져"


대통령직 온존과 인구 80% 생존 목표…40년전 카터 때 본격 추진
"러시아, 북한, 트럼프로 인해 비상계획 가동 위협 커져"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과 옛 소련 어느 쪽이 핵무기로 선공하든 상대국의 보복능력 때문에 '너도 죽고 나도 죽는다'는 상호확증파괴(MAD) 이론에 따라 전면적인 핵전쟁이 억제됐고 지금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엔 MAD 이론이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 이론이 깨져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미 정부와 국민의 생존을 도모하는 비상계획을 비밀리에 운용하고 있다.

미국의 지하 비상정부시설이 있는 마운트 웨더의 지상 모습. 출처:
미국의 지하 비상정부시설이 있는 마운트 웨더의 지상 모습. 출처:

GlobalSecurity.org

이 비상계획의 골간은 40년 전 지미 카터 대통령 임기종료 직전 만들어지고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보완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언론인 마크 암빈더가 14일(현지시간)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카터 대통령의 비밀 대통령령 58호로부터 시작된 이 계획의 핵심 목표는 핵 공격에 대통령은 물론 부통령 등 정부와 의회 수뇌부가 사망하더라도 대통령직 승계순에 따라 대통령직이 유지되고 국민의 80%가 살아남도록 하는 데 있다.

암빈더는 이 비밀계획의 많은 부분이 아직 비밀로 남아 있지만, 최근 비밀해제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문서들을 보면 "국가안보 최고 기밀 중의 하나인 이 계획이 만들어진 과정과 트럼프 행정부를 비롯해 차후 어떤 행정부이든 세상의 종말을 맞았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핵전쟁 대비, 민방위체제 강화를 지시하는 카터 전 대통령의 대통령령 문서
핵전쟁 대비, 민방위체제 강화를 지시하는 카터 전 대통령의 대통령령 문서

출처: 포린 폴리시 웹사이트

카터의 비상계획은 전적으로 소련의 핵무기에 대응한 것이었으나, "오늘날 그런 종말은 북한과 파키스탄을 포함, 어떤 핵무장 국가들에 의해서도 방아쇠가 당겨질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러시아의 발트 3국 침공이나 북한의 핵 대륙간탄도탄(ICBM) 완성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도 불안 요인이라고 그는 말했다. 러시아가 뒷배를 봐주고 있는 주권국가인 시리아에 대한 트럼프의 폭격 명령이 시리아 전략에 대한 숙고 없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일각의 "3초 결정" 논란, 핵 무력 증강 추진, 충동적인 위기 대응 성향 등을 가리킨 것이다.

1977년 카터 취임 당시 소련은 수천 개의 지하벙커 구축, 광범위한 정부 지속프로그램 등을 통해 핵전쟁에 대비한 민방위 계획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었다.

미국도 핵전쟁 등에 대비한 '연방비상계획 D'가 있기는 했으나, 일원화되지 않고 기관별로 지하시설 구축 등의 계획을 세우고 추진토록 함으로써 대부분 이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다. 비상시 지하벙커에 대피토록 지정된 공무원들마저 자신들이 그 대상자인지 모르는 일이 많았다.

미·소간 일촉즉발의 핵전쟁 위기였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직후엔 정부 차원의 관심이 반짝 일었으나 이내 "정부는 무기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국민을 보호하거나 핵 공격에서 살아남도록 하는 데는 그렇지 않게 됐다"고 암빈더는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핵전쟁에 대비해 버지니아주 베리빌에 있는 마운트 웨더 지하 정부시설을 비롯해 수도 워싱턴에서 멀지 않은 곳곳에 비상정부 시설이 준비돼 있고 심지어 대학들에도 숨겨진 시설이 있었으나, 정부 기간요원들을 비상대피시키게 돼 있는 육군과 공군의 헬기의 수송능력은 필요분의 3분의 1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 정부 내에선 소련이 마운트 웨더 기지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기지 인근에 부지를 사두는 등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종말이 다가온다고 대피해 봐야 헛일이라는 생각이 퍼져 있었다"고 암빈더는 설명했다.

카터가 "민방위도 미국의 전략적 억지의 하나"라며 일원화된 민방위 계획 추진을 지시함에 따라 실시된 실태 조사에선 1950년대 설치된 방사능 낙진 보호막은 폐물 상태였고 대규모 주민 대피 계획도 없었다.

카터는 1979년 만들어진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기존 연방대비청(FPA)의 정부지속 프로그램을 흡수하고 마운트 웨더 비상정부 시설을 관리·운영토록 격상시켰다.

정부 지속프로그램의 핵심이자 가장 어려운 대목은 행정부 수반, 국가원수, 유일하게 핵 단추를 누를 수 있는 군 통수권자의 세 핵심 역할을 하는 대통령직을 온존시키는 것.

대통령을 대피시키고, 이것이 실패해 대통령이 사망하면 승계자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하원의장은 '플래그 데이', 상원 대통령 승계 지명자는 '포 핑거' 등으로 암호를 정해 국방부의 비상사령탑과 연락토록 하는 방법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대통령직 승계자를 도와 활동할 수 있도록 범 정부기관들의 기간요원 50명으로 구성된 지원팀 5개를 구성, 핵 공격이 임박한 비상시엔 미리 지정된 전국 2천∼3천 곳의 대피처 중 무작위로 5곳을 골라 미리 대피토록 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문제는 지원팀이 지원할 대통령직 승계자가 실제 승계자인지 확인하는 방법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비밀로 분류돼 있다.

암빈더는 "대통령직 승계 후보자들에게 지급된 카드에 추적용 칩을 심어 무선주파수를 통해 확인토록" 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고 말하고, 여러 다른 기술들도 적용됐지만, 일부는 시대를 앞선 것이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가 돼서야 인공위성과 이동전화 시스템으로 일부 대통령직 승계자들의 위치를 전자적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할 때 등과 같이 3부 요인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있을 경우 대통령이 지명한 대통령직 승계자 1명은 거기에 참석하지 않고 반드시 사전에 마운트 웨더에 대피해 있는 것도 카터 때 만들어진 관례다.

암빈더는 미국 정부의 비상생존 계획이 카터 시대 이래 계속 발전해 대통령직 승계자를 확인하는 방법도 "암호를 속삭이는" 것보다 더 발전된 방법으로 바뀌었겠지만 "그 방법을 써야 하는 위협이 우리 모두의 바람보다 더 가까이 와 있다"고 한반도를 포함해 최근 위태로운 세계정세를 우려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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