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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돼지열병 한 달째 잠잠…멧돼지는 여전히 '복병'

송고시간2019-11-0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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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방역에 조기 종식 기대감 '솔솔'…재사육까지 난관 많아

잔반금지 반발에 권역별 이동제한 해제 요구도…정부 대책 주목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난달 9일 국내 농가에서 마지막으로 확진된 후 한 달이 지났다.

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양돈 농가는 이달 9일로 '무(無)발병 한 달'을 맞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휩쓸고 간 경기 북부와 인천 등 접경 지역의 양돈 산업은 '전멸'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당국의 고강도 방역 덕에 발병 지역이 국한됐고, 또 비교적 짧은 기간에 확산세를 꺾었다는 조심스러운 평가도 나온다.

다만, 사육 돼지와 달리 야생멧돼지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계속 검출되고 있어 당분간 긴장 상태는 이어질 전망이다.

전방 야생멧돼지 ASF 검출 (PG)
전방 야생멧돼지 ASF 검출 (PG)

[권도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돼지 43만5천마리 살처분·도축…멧돼지로 타깃 이동 = 8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금까지 국내 농장에서 경기도 파주 5건, 연천 2건, 김포 2건, 강화 5건 등 총 14차례 발생했다.

6일 오후 10시 현재 이번 사태로 살처분 대상에 올랐거나 수매 도축된 돼지는 모두 43만4천895마리에 달한다.

이는 2010∼2011년 구제역 사태 때 살처분된 돼지 수 353만5천793마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02년 16만155마리나 2014∼2015년 17만4천807마리 등 구제역이 발생한 다른 해보다는 훨씬 많은 수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일단 10월 9일 연천에서 14번째로 확진된 후 한 달째 잠잠한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방역을 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방역 수준을 '심각 단계'로 유지한 채 계속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접경 지역 야생멧돼지에서 계속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어서다.

이달 6일만 해도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파주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나왔다. 야생멧돼지 발병 건수는 22건으로 사육 돼지의 발생 건수를 앞질렀다.

접경 지역에서는 대대적인 멧돼지 총기 포획과 민·관·군 합동의 포획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농장 돼지열병 한 달째 잠잠…멧돼지는 여전히 '복병' - 2

아프리카돼지열병 수매와 살처분
아프리카돼지열병 수매와 살처분

[연합뉴스TV 제공]

◇ 재입식까지 반년 이상 걸릴 수도 =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에는 일단 제동이 걸렸다고 볼 수 있지만, 피해 농가들이 다시 돼지를 사육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르면 발생 농장은 이동제한 해제일로부터 40일이 경과하고, 단계별 요령에 따라 이뤄지는 60일간의 시험을 무사통과해야 재입식(다시 돼지를 들임)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는 이동 제한 기간 21일까지 포함해 최소 120여일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실제 입식까지는 이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국내에서 최초로 발생했다는 엄중함이 있고, 바이러스가 조류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과 달리 환경에서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며 "재입식 후 재발생만은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재입식 시험 이전의 사전 조치로 발생 농장의 여러 환경에 대해 전문가에게 자문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재발을 막으려면 해당 지역의 상황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재입식까지 현장 평가 결과에 따라 반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농식품부에 몰려온 돼지들
농식품부에 몰려온 돼지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잔반 사료가 금지되며 도산 위기에 처한 잔반 급여 양돈인들이 몰고 온 돼지들이 지난 10월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을 돌아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사태 장기화에 커지는 농가 불만…돈육 가격 '뚝뚝' = 사태가 길어지면서 돼지 사육 농가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일단 정부 말을 듣고 잔반을 가공해 먹이던 일부 농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정부는 올해 7월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전문 처리 업체 수준의 시설을 갖춘 농장에 잔반 급여를 예외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이에 일부 농장이 수억 원을 들여 잔반 처리 시설을 갖췄으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면서 이런 시설이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이달 4일 국회에서 잔반 급여 금지에 따른 정부의 비용 보전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역 당국의 권역별 이동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최근 "이동제한으로 거래처가 사라지면서 돼지가 도매시장으로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최근 돼지고기 가격 폭락에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식품부 관계자는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당장 이동제한을 해제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경기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돼지가 한꺼번에 도축되고, 소비자들의 돼지고기 회피가 생기면서 시장에서 돈육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도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방역 당국이 연천·김포·파주 내 모든 돼지를 수매·살처분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살처분 후 렌더링(Rendering·가열처리로 바이러스를 소멸시키는 작업)이 지연되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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