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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한국과 가치공유" 6년만에 말했지만 외무상은 독도 망언(종합)

송고시간2020-01-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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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만에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대화·관계 개선 의사 반영

"국가간 약속 지켜라" 징용 문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 표명

일본 외무상 2014년 이후 7년 연속 "독도는 일본 영토" 주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0일 시정(施政) 방침 연설에서는 한국이 일본과 가치를 공유한다고 6년 만에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전반적인 차원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지만 현안인 징용 문제에 관해서는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를 반복해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일본 외무상의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7년째 되풀이 하는 등 한일 관계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임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시정 방침 연설 중 외교·안보 정책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한국은 원래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다. 그렇다면 더욱,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키고 미래 지향의 양국 관계를 쌓아 올리기를 간절하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에 관해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고 표현한 것은 2014년에 이어 6년 만이다.

2012년 12월 재집권한 아베 총리는 2013·2014년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이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고 언급했으나 2015년에는 가치에 관한 설명을 빼고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표현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한국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언급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합의 이행 및 평화의 소녀상 이전 여부를 둘러싸고 양국이 줄다리기하는 가운데 '가치 공유'보다 양국 관계의 긴밀성 수위가 낮은 표현으로 대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시정방침 연설인 2018년에 아베 총리는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작년 시정방침 연설에서는 대북 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미국이나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가겠다"고 언급한 것 외에는 한일 관계에 관해 말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019년 12월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019년 12월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확정,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 재단 해산, 자위대 초계기 갈등 등으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가운데 의도적으로 한국을 외면하는 태도를 취한 셈이었다.

시정 방침 연설은 내각을 대표해 국회에서 그해 정책의 기본 방침을 천명하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아베 총리가 6년 만에 한국과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한다고 언명한 점은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것으로 일단 볼 수 있다.

작년 12월에 15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상 간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가운데 이런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의사 표시로도 보인다.

수출 규제와 관련한 한일 정책 대화가 재개되고 상대적으로 덜 첨예한 문제에 관해 당국 간 소통 노력을 이어지는 가운데 긍정적으로 해석할 측면이 있다.

일제강점기 징용 문제와 관련한 배상 판결 1주년인 2019년 10월 30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강진명 씨가 일본에 배상과 사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제강점기 징용 문제와 관련한 배상 판결 1주년인 2019년 10월 30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강진명 씨가 일본에 배상과 사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아베 총리는 양국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일제 강점기 징용 문제에 관한 입장은 변화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그가 거론한 '나라와 나라의 약속'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등을 의미한다.

결국 '당시 협정에 의해 징용 문제는 모두 해결됐으며 한국 대법원판결과 이에 근거한 일본 기업 자산 압류 등 후속 조치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발언을 되새겨보면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나라'라는 점을 언급함으로써 징용 문제에 관한 한국의 양보를 요구하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실제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이날 아베 총리에 이어 행한 외교 연설에서 징용 문제에 관해 "한국 측의 책임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계속 강하게 요구함과 더불어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당국간 협의를 계속한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한일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고 전반적인 개선을 지향하되 징용 문제만큼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한국 측이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일종의 '분리 전략'이 아베 총리 연설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정부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을 올해도 반복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더라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이다. 이 기본적인 입장에 토대를 두고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응해 가겠다"고 말했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일방적 주장은 2014년 이후 올해까지 외무상 외교 연설에서 7년 연속 이어졌다.

아베 총리가 재집권 후 첫 외교 연설인 2013년 2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일본 외무상은 "일조일석(一朝一夕, 하루 아침 하루 저녁이라는 뜻으로, 매우 짧은 시간을 의미함)에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만 (중략) 끈기 있게 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으나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징용 등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문제로 한일 관계가 어려운 가운데 한국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일본 각료의 발언은 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예상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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