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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중후 커지는 중국 존재감…북미정상회담 변수되나

송고시간2018-05-0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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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논의 패싱 우려했던 中, 北 후견할듯 나서 '주목'

北, 美의 PVID·WMD 폐기 압박 고조 속 中과 결속 과시나서

부활절 주말(3월 31일∼4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비밀리에 방북, 김정은(오른쪽)과 면담하며 악수하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활절 주말(3월 31일∼4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비밀리에 방북, 김정은(오른쪽)과 면담하며 악수하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존재감이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핵심인 북미 정상간 '대담판'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이 급속하게 개입 정도를 불려가는 데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실 중국 역시 비핵화 의지가 강력하다는 점에서 북중 결속이 북미정상회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으나, 미중 간 패권경쟁을 고려해볼 때 중국의 입김이 자칫 악재가 될 우려도 제기된다.

주목할 대목은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자의 연내 종전선언이 유력 거론되면서 이른바 '중국 패싱(배제)' 가능성이 컸던 상황에서 급반전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북에 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7∼8일 다롄(大連) 방문을 통한 제2차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북한이 빠른 속도로 중국에 경사 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 등이 고강도의 대북 압박 공세를 펴면서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 공개가 미뤄지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다롄 방문이 이뤄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결속의 강도가 세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정전협정 당사자이면서도 종전선언 논의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김정은 위원장의 다롄 방문을 계기로 북중 양국은 '우리는 하나' '혈맹' '순치(脣齒) 관계'를 강조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의 다롄 방문은 중국의 첫 자국산 항모의 출항식을 계기로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볼 때 중국이 다시 북한을 '후견'하는 듯한 모습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7일 다롄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관련 부문들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과 안전위협을 제거하기만 하면 북한 측은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비핵화는 실현 가능하다"고 밝히고 방법론으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거론한 데 대해 시 주석도 수긍한 대목에서도 북중 공조 기류가 읽힌다.

외신을 종합해보면 실제 김정은 위원장의 귀국 직후 미중 정상 간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폐기를 할 때까지 제재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시 주석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고려하면서 단계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견해차를 보였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행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선뜻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는 없지만, 미국과는 결을 분명히 달리하고 있어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양측의 의견 대립이 클수록 중국은 북한을 상대로 자신들의 이해를 강조해 나가면서 '역할'을 키워갈 공산이 커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첫 번째, 두 번째 방중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격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직전에 이뤄진 점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의 첫 방중은 지난 3월 25∼28일이었고, 국무장관 지명자 신분이었던 폼페이오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부활절 주말'(3월 31∼4월 1일)에 방북했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7∼8일 다롄 방문 다음 날인 9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전격적으로 방북했다.

불과 한 달여 시간을 사이에 두고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이어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찾는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산책하는 김정은과 시진핑
산책하는 김정은과 시진핑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부터 이틀간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다롄 동쪽 외곽 해변에 있는 방추이다오 영빈관에서 만나 산책 중 대화하고 있다. 20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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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미 행정부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중국과 최종 조율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NSC 보좌관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서 'PVID'(영구적이며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로, 그리고 '영구적 대량파괴무기(WMD) 폐기'로 핵심 의제 논의의 '허들'을 높이는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의 힘을 빌리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이지 않을 경우 믿을 곳이 중국뿐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너무 미국 주도로 진행되면 자신의 영향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중국 역시 차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서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하면서, 미국의 패권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긴밀한 유대관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중국은 북중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영향력을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회복하면서, 이를 통해 대남·대미 영향력도 점차 회복해 나가려는 복합적인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냉전시기 중국과 소련 간 '등거리 외교'를 되풀이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협의를 하며 미중 사이에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상 카드를 쌓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미 협상에서의 이익 교환 과정에서 중국의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손실 가능성이 있으니 중국은 자신의 입장을 북한에 전달해 조율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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