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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위한 노동 이제그만"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에 세계 주목

송고시간2017-01-0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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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없이 월 70만원씩 지급…액면목표는 실업률 잡기

직업선택·노동의욕·로봇사회 대안·경제학설 검증 등 논제 만발

인간의 일자리를 조금씩 차지해가고 있는 인공지능(CG)[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간의 일자리를 조금씩 차지해가고 있는 인공지능(CG)[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핀란드가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시작한 기본소득 보장제 실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시행되는 전례없는 공식 실험인 까닭에 정책 입안자, 인권 활동가, 경제학자 등이 각자 시각을 갖고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은 복지수당을 받는 생산가능인구 중 2천 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기본소득 월 560유로(약 70만원)를 지난 1일부터 지급하기 시작했다.

핀란드 정부는 이번 시범실시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판단하면 더 많은 국민을 대상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핀란드에서 월 7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보장하는 제도가 시범도입됐다. 사진은 미국 저임노동자의 월급[AP=연합뉴스 자료사진]

핀란드에서 월 7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보장하는 제도가 시범도입됐다. 사진은 미국 저임노동자의 월급[AP=연합뉴스 자료사진]

기본소득과 관련해선 그동안 많은 찬반논쟁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시험대에서 검증된 논제는 무상으로 지급되는 돈과 노동의욕의 상관관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노동 없이 돈을 주면 사람들이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핀란드는 그 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고 기본소득에 다른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복지 천국이라고 불렸던 핀란드는 최근 실업률이 8.1%까지 치솟자 기본소득이 실업률을 낮출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이러한 실험에 나섰다.

즉 실업상태에서만 주어지는 복지급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저임금이나 임시직을 꺼렸던 핀란드 국민이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창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경제활동에 뛰어들 것이라는 해석이다.

핀란드 유하 시필레 총리 [EPA=연합뉴스]
핀란드 유하 시필레 총리 [EPA=연합뉴스]

핀란드 사회보장국의 올리 캉가스는 3일 AP통신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을 지급할 때 대상자들의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상자들이 대담하게 다른 일자리를 시도하게 될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체 더 게을러질지는 앞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순기능은 핀란드 실험의 액면 목표인 실업률 하락만은 아니다.

찬성론자들은 기본소득 보장제를 통해 인간이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해방돼 자아를 실현할 것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다.

생계가 보장되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고 개개인이 진짜 원하는 일을 찾아갈 수 있어 직업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노동 기본권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나아가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일터 전산화 시대에 기본소득 보장이 인류가 필연적으로 도입해야 할 제도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과 함께 인간의 육체·사무직 일자리가 차츰 없어지면서 로봇과 인간이 품위 있게 공존하려면 기본소득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CNN머니는 이날 해설기사를 통해 "기본소득제도는 기술 진보에 따라 인간 육체노동에 대한 필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삶을 더 잘 보장할 수 있다"며 "실업자들은 실업수당을 잃을 위험 없이 저임금 임시직을 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찬반론과 관계없이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학자들이 기본소득 보장제도의 취지와는 관계없이 결과를 해석하려고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기본소득제도의 아이디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의 자율규제 기능에 큰 무게를 두는 신자유주의의 대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으로부터 비롯됐다.

프리드먼은 일정 수준의 소득에도 미치지 못하는 서민들이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이른바 '부(負)의 소득세' 도입을 주장했다. 이러한 이론은 기본소득제도와 근로장려세제로 구체화했다.

이에 많은 경제학자가 핀란드의 기본소득제가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낼지 비상한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보도했다.

핀란드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지닌 국가로는 처음으로 기본소득 제도를 시범 도입했지만 특정 국가의 주(州)나 시에는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전국민에 월 300만원…스위스 5일 국민투표(CG)
전국민에 월 300만원…스위스 5일 국민투표(CG)

[연합뉴스TV 제공]

미국 알래스카 주는 지난 1982년부터 공유재인 석유에서 나오는 수익을 주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며 기본소득제를 실현하고 있고, 이탈리아 리보르노 시는 작년 6월부터 최빈곤층 100가구에 매달 500유로(약 63만)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리보르노 시는 지난 1일부터 지급가구를 추가로 100가구 확대했다.

이 밖에도 캐나다, 아이슬란드, 우간다, 브라질 등이 핀란드에 이어 기본소득 시범 운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국가들은 작년 6월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모든 국민에게 월 2천500스위스프랑(288만원)을 주는 안이 부결된 후 핀란드의 실험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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