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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신생아 바이러스 '온상'…한해 400명 감염

송고시간2017-02-24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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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부실에도 처벌은 과태료 그쳐…강화된 법률안 국회서 '낮잠'

(전국종합=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전국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들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에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신생아 집단감염 산후조리원
신생아 집단감염 산후조리원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신생아들이 감염돼 해당 조리원이 일시 휴업에 들어갔다.

신생아가 모여 있는 산후조리원의 특성 때문에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확산될 우려가 크지만, 폐쇄 조치 등에 한계가 있어 보건당국의 대응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울산에 사는 A씨는 최근 산후조리원에서 퇴원한 이후 자신의 아기에게 콧물이 나는 등 감기 증상이 보여 병원을 찾았더니 RSV 확진 판정을 받았다.

RSV는 늦가을부터 겨울철까지 유행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 중 하나로, 주로 1세 이하의 영아들에서 폐렴과 모세기관지염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복기는 4∼5일 정도다.

A씨는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도 몇몇 신생아들에게 비슷한 증상이 있는 것 같아 불안했지만, 당시에는 자신의 아기에겐 별다른 증상이 없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A 씨는 산후조리원에서 감염됐지만 퇴원하고 나서야 잠복기를 지나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 산후조리원에선 지난 13일까지 RSV 확진 신생아가 5명 나왔고, 이후 20일까지 추가로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최초 확진 사례 때 곧바로 산후조리원을 폐쇄하든지, 아니면 추가로 신생아를 받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 신생아 감염 한해 414건…과태료 처분에 그쳐

24일 보건복지부의 산후조리원 감염병 실태조사 현황(2016년 6월 기준)에 따르면 A씨처럼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신생아가 각종 질병에 걸린 사례는 지난해 상반기 총 246건이다.

구토와 설사 등을 동반하는 로타바이러스 감염증이 70건으로 가장 많았고, 감기 65건, RSV 3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모두 사람에서 사람으로 확산되는 전염병이다.

2015년 한 해 동안엔 산후조리원에서 총 414건이 발생했는데 RSV가 124건으로 가장 많았고, 로타바이러스 78건, 감기 70건 등으로 조사됐다.

산후조리원에서 감염병이 발생하면 모자보건법에 따라 해당 신생아를 즉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고 지체 없이(48시간 이내)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모자보건법 위반은 지난해 상반기 총 57건인데, 감염병 발생 후 보건소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 14건이고 감염 아동을 병원으로 보내지 않은 것은 3건이다. 나머지는 신생아 수별 보유해야 할 인력을 기준을 지키지 않았거나 관련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는 총 123건이 적발됐는데, 미보고 24건, 의료기관 이송조치 미실시가 2건으로 조사됐다.

감염된 신생아를 다른 신생아들과 함께 지내게 하거나 감염병 발생 사실 자체를 숨긴 사례가 상당 수 있는 것이다.

특히 2015년에는 산후조리원 종사자가 각종 전염병 감염 여부 등을 확인하는 건강진단을 받지 않아 적발된 것도 41건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신생아 감염병을 부실하게 관리해도 현행 모자보건법은 과태료 부과만 하게 규정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감염 신생아 이송조치 미실시와 종사자 건강진단 미실시 등은 과태료 200만원, 보건소에 감염 사실을 보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100만원이 전부다.

보건당국이 산후조리원을 폐쇄할 수 있는 것은 정신질환자나 마약 중독자 등이 조리원을 운영하거나 종사자로 일할 경우 등 극히 제한적이다.

보건당국이 개입해 산후조리원을 폐쇄한 경우는 최근 5년간 1건도 없다고 보건복지부는 밝혔다.

보건당국은 대신,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산후조리원 측에 자진 휴업을 권고하고 있다. 울산 사례 역시 현재 해당 산후조리원은 2주간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그런데 휴업 권고 역시 산후조리원에서 감염병이 발생했다고 명확히 증명돼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역학조사를 할 경우 결과가 나오기까지 2주가량 시간이 걸린다"며 "외부인이 자주 드나드는 산후조리원의 특성, 감염병의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감염 원인을 산후조리원으로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
산후조리원

[연합뉴스TV 캡처.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 '모자동실' 확대·법 규제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모자동실' 확대와 법적 규제 강화 등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자동실은 산모와 신생아를 같은 방에 두면서 다른 신생아들과 접촉을 막게 해 감염병 확산을 막는 것이다.

현재 모자동실 시설에 대한 법적 규정은 없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모자동실이 확실한 대안이긴 하지만, 산모의 회복을 위해 원치않는 경우가 있고 산후조리원에서 이런 시설을 갖추려면 비용이 추가로 들어 꺼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처벌 강화와 관련해선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제출된 이후 계류 중이다.

'모자보건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산후조리원을 폐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질병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고용한 산후조리업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벌칙을 강화했으나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can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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