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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물을 왜 남한테 주나"…이웃 지자체들 곳곳서 핏대(종합)

송고시간2016-08-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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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개발 등 둘러싸고 곳곳에서 이해 상충…새 교량 이름 놓고도 '으르렁'

전문가 "충분한 사전협의와 합리적 결정으로 상생 도모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웃사촌' 관계였던 자치단체들이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각종 지역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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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간 갈등은 상수원 개발, 매립지 관할권, 군부대 이전, 버스 요금 등 사안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새로 건설한 교량 이름에 어느 지역 명칭을 쓰느냐를 놓고 얼굴을 붉히는가 하면 최초의 감 재배지가 어디냐를 둘러싸고도 진흙탕싸움을 벌인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충분한 사전협의와 합리적 결정으로 극한대립 대신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왜 우리 물을"…갈등 유발 단골 메뉴 '상수원 개발'

상수원 개발은 가장 다툼이 잦은 '단골 메뉴'다.

민주지산 삼도봉을 사이에 두고 27년 우정을 쌓아온 전북 무주군과 충북 영동군의 '수돗물 분쟁'은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다.

발단은 무주군이 설천정수장 수돗물을 영동군 용화면에 나눠주기로 한 협약에서 시작됐다.

영동군이 설천정수장 물을 직접 끌어다 쓰고, 매달 요금을 정산해주는 방식의 수돗물 나눔 약속이었다.

그러나 설천면 주민 일부가 "우리도 못 먹는 물을 남한테 주느냐"고 반발하며 1년여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영동군 용화면과 무주군 설천면은 하천 하나를 사이에 둔 옆 동네로 농사철에는 서로의 논밭을 오가며 품앗이도 해주는 사이였지만 이 일로 앙숙이 되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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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와 경북 구미시는 대구 상수도 취수원의 이전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대구시가 매곡·문산 취수장을 낙동강 상류 광역 취수장인 구미 해평 취수장으로 이전하려 하자 구미시가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는 구미공단 등에서 배출하는 유해화학물질이 매곡·문산취수장 물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상류로 이전해야 한다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구미시는 해평취수장을 공동으로 사용하면 가뭄이 들었을 때 수량이 줄고 수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반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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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인 전북 임실군과 정읍시도 최근 옥정호 개발 문제를 놓고 원수가 되다시피 했다.

임실군이 최근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해제된 옥정호에 수상레포츠단지를 조성하려 하자 정읍시 측이 "논의도 없이 이웃 시민의 상수원을 오염시키는 개발사업을 하려 하느냐"며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임실군 측은 "상수원 수질 오염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업인데 방해를 한다"며 '소지역주의'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경기도 용인과 안성, 평택 등 3개 시는 상수원 보호구역 존치와 해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용인시와 안성시는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개발 규제로 재산권이 침해된다며 해제를 요구하지만, 평택시는 수질 오염이 예상된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작년에는 정찬민 용인시장이 평택시청을 찾아가 원정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바다 메운 땅은 우리 것"…공유수면 매립지 관할권 분쟁도 치열

바다 매립으로 생겨난 땅의 관할권을 둘러싼 다툼도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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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주인이 없던 땅인 데다 관할권을 가져오면 엄청난 이익이 있기 때문에 몇 년씩 소송전을 벌일 만큼 사활을 건다.

새만금 방조제를 둘러싼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의 '영토 분쟁'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새만금 3·4호 방조제의 행정구역 귀속지를 군산시로 정하자 김제시와 부안군이 이렇게 되면 산업단지와 국제도시 등이 들어설 노른자위 땅은 모두 군산시 차지가 된다고 반발하며 소송을 냈다.

4년에 걸친 소송전 끝에 새만금 방조제 1호와 2호 구간은 전북 부안군과 김제시가, 3·4호 방조제는 군산시가 각각 나눠 갖게 됐다.

그러나 애초 새만금 방조제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봤던 군산시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 제소,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청구 등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와 연수구가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관할권을 놓고 벌이는 다툼도 '점입가경'이다.

남동구는 행정자치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해 말 송도국제도시 10공구 일대 매립지의 관할권을 연수구로 결정하자 이에 불복해 올해 초 대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송도국제도시를 행정구역에 포함하면 막대한 세수 확보는 물론 국내외의 이목이 쏠리기 때문에 관할권 확보 문제는 선출직 구청장들의 최대 역점사업이 됐다.

경기도 평택과 충남 당진도 평택·당진항 매립지 관할권을 놓고 15년째 다투고 있다.

◇ 버스 요금·다리 이름도 갈등의 불씨

버스 요금과 노선 등을 둘러싼 불협화음도 끊이지 않는다.

충남 천안과 아산시는 올해 초 시내버스의 시계 외 구간요금을 기본요금으로 단일화하기로 합의했으나 천안시가 아산 지역을 오가는 일부 시내버스 노선을 단축하고 운행 횟수를 조정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전국체전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천안·아산 택시사업구역을 상호 개방하자는 아산시의 요청을 천안시가 '업계 반발이 예상된다'며 수용하지 않으면서 양측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는 충북 연풍과 경북 문경새재를 오가는 셔틀버스 운행을 놓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전남 여수시와 고흥군은 올해 말 완공 예정인 교량 명칭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여수시 적금도와 고흥군 영남면을 잇는 총 길이 1천340m 교량 명칭을 여수시는 '적금대교'로, 고흥군은 팔영산 이름을 따서 '팔영대교'로 하자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단감 고장'인 경남 김해시와 창원시는 요즘 해묵은 '최초 재배지' 논란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창원시가 국내 첫 단감테마공원을 개장하면서 공원 안에 있는 100살짜리 단감나무를 시배목이라고 자랑하면서다.

창원시가 "100살짜리 단감나무는 시배지임을 증명하는 증거물로, 실제 시배지는 창원"이라고 주장하자 김해시는 "1927년 김해 진영에서 대량 재배를 시작한 역사가 각종 문헌 등을 통해 증명되는데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반격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있다 보면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일이 자주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서로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치고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도인 최병길 이강일 김상현 심규석 김인유 우영식 이종건 신민재 유의주 기자)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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