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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대한공사관서 113년만의 국기게양식…22일 박물관으로 개관

송고시간2018-05-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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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서기관 이상재 선생 증손이 게양…일제 강탈 108년만에 공관 옛모습 복원

'자주외교' 지향했던 고종 황제의 꿈 서린 곳…文대통령 방미 때 들를지도 관심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한미 관계의 전초 기지였던 옛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청사가 역사박물관으로 새 단장을 마치고 오는 22일(현지시간) 개관한다.

1910년 경술국치로 일제에 강탈당한 지 108년 만에 공식으로 옛 주미 공관으로서 역사적 모습을 일반에 알리게 된 것이다.

이날은 미국과의 첫 외교관계 수립일인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136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 올해는 또 고종 황제가 보낸 초대전권공사 박정양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 지 1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특히 이날 개관 기념식에서는 1905년 을사늑약에 따른 외교권 박탈로 이 건물에서 국기 게양이 중단된 지 113년 만에 처음으로 국기게양식 행사가 진행된다.

복원된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청사
복원된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청사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1889년 미국 워싱턴DC에서 문을 연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복원이 완료됐다. 사진은 공사관 외부 전경.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인 오는 22일(현지시간) 개관식을 열고 박물관 역할로 일반에 개방된다. 2018.5.14
leslie.yna.co.kr

국기 게양은 초대 서기관이었던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의 증손이 직접 맡는다.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와 김종진 문화재청장, 미국 정부와 의회 관계자, 박정양 초대 공사의 후손, 현지 교민 등도 참석한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22일 워싱턴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기간 옛 공사관 청사를 보기 위해 들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백악관에서 1.5㎞ 거리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청사는 지난 1877년 미국의 정치인이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은 지상 3층, 지하 1층의 벽돌 건물이다. 대지 면적은 381.1㎡, 건축 면적은 150.98㎡다.

이곳은 1888년 1월 19일 주미 공사관을 개설한 지 약 1년 1개월 만에 이주한 두 번째 청사다. 처음엔 임대였지만 2년여 뒤인 1891년 12월 고종 황제의 특명으로 2만5천 달러를 주고 매입했다. 당시 통화 가치로 궁궐 예산의 절반이 넘는 돈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한제국 초대 주미공사와 공관원들
대한제국 초대 주미공사와 공관원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1888년 미국 워싱턴DC에서 활동하던 박정양 초대 주미 대한제국공사(앞줄 가운데)와 공관원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 전시된 사진을 재촬영. 2018.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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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자주 외교'를 지향했으나 현실적으로는 역부족이었던 고종과 대한제국의 슬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1893년 시카고박람회 참가 준비 등 활발한 대미 외교 활동의 중심지로 역할 했지만, 1905년 을사늑약 체결과 함께 공사관의 외교 기능이 정지된 데 이어 1910년 경술국치와 함께 청사 소유권도 일제에 넘어간 것이다. 일본 정부는 당시 단돈 5달러에 청사를 매입해 미국인에게 10달러에 매각했다.

미군 휴양 시설, 운수노조 사무실 등으로 쓰이던 이 건물은 지난 1977년부터 미국인 젱킨스 부부가 거주하는 가정집으로 활용되다 우리 문화재청이 2012년 10월 350만 달러(당시 환율 39억5천만 원)에 매입하면서 102년 만에 다시 우리 정부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후 문화재청은 약 3년간의 고증과 복원, 리모델링 기간을 포함, 총 6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곳을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하는 작업을 마치고 14일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최초로 내외부를 공개했다.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접견실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접견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1889년 미국 워싱턴DC에서 문을 연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복원이 완료됐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인 오는 22일 개관식을 열고 박물관 역할로 일반에 개방된다. 사진은 1층 접견실. 2018.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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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관리를 맡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오수동 미국사무소장(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박물관장)은 특파원들과 만나 "사진과 사료 등을 활용한 철저한 고증을 거친 뒤 미국 문화재를 수리한 경험이 있는 미국 업체가 복원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공사관 청사는 현존하는 대한제국 외교공관을 통틀어 유일하게 원형을 간직한 단독건물이란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크고, 자주 외교를 지향했던 고종의 유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아울러 미국 수도인 워싱턴 DC 안에 있는 19세기 외교공관 30여 곳 가운데 내외부의 원형이 남은 유일한 건물로 확인돼 미국의 외교사 측면에서도 가치가 작지 않다고 한다.

공사관 박물관 1층은 접견실과 식당 등이 과거 모습을 바탕으로 재현됐고 2층의 공사 집무실과 부부 침실, 공관원 집무실, 서재 등도 옛 형태를 복원했다. 공관원 숙소였던 3층은 전시실로 탈바꿈했고 지하 1층은 자료 보관실로 쓰이게 된다.

공사관은 매주 월요일만 빼고 연중무휴로 일반에 무료 개방된다.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하는 안내 해설사가 배치되고 인터넷 사전 예약(www.oldkoreanlegation.org)과 현장 접수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 전시된 고종황제의 어새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 전시된 고종황제의 어새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1897년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한 후 제작한 황제어새. 이 황제어새는 고종 황제의 자주독립 의지를 담고 있으며, 고종 황제가 이탈리아, 러시아 등 각국 수반들에게 보내는 외교문서 등에 사용됐다. 2018.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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