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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공언 안지켜" 직격탄…권성동 수사에 문무일 리더십 균열

송고시간2018-05-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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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놓고 검찰 수뇌부 내홍 조짐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를 놓고 검찰 수뇌부에서 내홍이 터져 나왔다.

이 사건 수사에 정치권 등의 외압이 있었다는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의 잇단 폭로에 검사장급 간부가 이끄는 수사단이 힘을 실어주면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 내부를 겨냥한 수사일수록 공정하게 하겠다는 공언 속에 자신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는 독립적 수사단을 꾸리기로 한 결단이 석 달 만에 자충수가 돼 돌아오는 모양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둘러싼 외압 의혹은 지난 2월 안미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됐다. 그는 춘천지검에서 사건을 수사하던 지난 4월 당시 최종원 춘천지검장이 관련자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 종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수사 선상에 오른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과 고검장 출신 변호사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 제기는 검찰 수뇌부 인사 여럿이 연루됐다는 의심을 낳기 충분했다. 권 의원이 검찰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점은 의혹을 더욱 키웠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안 검사의 폭로 이틀 만에 채용비리와 외압 의혹을 수사할 별도의 독립적 수사단을 꾸렸다. 수사 기한을 두지도 않고, 수사 도중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단장을 맡은 양부남(57·사법연수원 22기) 광주지검장에게 수사팀 구성까지 전권을 줬다.

안미현 검사 "문무일 총장도 외압"
안미현 검사 "문무일 총장도 외압"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 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무일 현 검찰총장 역시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2018.5.15
saba@yna.co.kr

그러나 수사단의 칼날이 검찰 심장부를 직접 겨누면서 상황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수사단은 전국 검찰청의 특별수사를 총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는 물론, 수사지휘에 문제를 제기했던 안 검사의 인사가 정당하게 이뤄졌는지 살펴보기 위해 법무부 검찰국까지 압수수색했다. 권성동 의원의 신병 처리 등을 놓고 벌어진 내홍은 15일 반나절 만에 조직 바깥으로 터져 나왔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한 안 검사가 지난해 수사 때부터 권성동 의원 소환 조사를 저지했다며 문무일 검찰총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데 이어, 오후에는 수사단이 보도자료를 내고 문무일 검찰총장이 애초 방침과 달리 수사과정에 관여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수사단은 3쪽짜리 보도자료에서 작정한 듯 문무일 총장과의 갈등을 낱낱이 공개했다.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검찰 고위 간부 기소와 권성동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문무일 총장이 갑자기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며 사건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수사단은 "출범 당시의 공언과 달리" 등 검찰 조직 문화에 비춰 상당히 높은 수위의 표현을 동원해 문 총장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문제 삼았다.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의 처리 경과, 그것도 조직 수뇌부 내부에서 엇갈리는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외부에 공개하는 일 자체가 '항명'으로도 비칠 수 있는 상황이다.

양부남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부남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불과 서너 시간 사이 돌발사태가 잇따르자 문무일 검찰총장과 대검 참모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수사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이견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검은 이날 오후 수사단이 내놓은 보도자료에 대해 "대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고 수사 역시 법리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간단한 입장을 밝혔다.

옛 정권에 대한 강도 높은 적폐청산 수사는 물론 조직 내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해 불필요한 '수사 외압 논란'을 차단하는 정책을 펴 왔던 문 총장으로서는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2012년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을 불명예 퇴진시킨 사상 초유의 '검란' 사태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은 수사방향을 둘러싼 조율과정에서 빚어진 불협화음 정도라는 견해가 많다.

한 검찰 간부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중수부 폐지를 들고나오기 전부터 민심이 어지러웠던 2012년 당시와 비교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문 총장의 꼼꼼한 성격상 법리적 문제에 대한 의견 제시일 수도 있고, 수사지휘권은 어쩌면 당연한 권리 행사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간부는 "하지만 수사단 출범 때부터 본인이 감수한 리스크가 현실로 나타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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