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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북중관계…연일 관영매체 동원, 거친 언어로 설전

송고시간2017-05-0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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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조선중앙통신, 중국 거명 맹공…中환구시보 "논쟁할 필요없어"

[제작 최자윤]
[제작 최자윤]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지난달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대북제재에 일정수준으로 '공조'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중국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면서 과거 '혈맹'을 자랑하던 북중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북중 관영 매체들은 각자의 정부를 대신해 상대국에 대해 거칠고 직접적인 비판과 공격을 함으로써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북중 양국의 노동당과 공산당, 또는 정부가 나서지 않은 채 조선중앙통신과 환구시보라는 관영매체들 간의 설전이 오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철'이라는 개인 명의로 낸 '조중(북중)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조중관계의 '붉은 선(레드라인)'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고 중국을 맹비난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그간 중국을 '주변국', '덩치 큰 이웃' 등으로 지칭하며 비판 논평을 내오긴 했지만, 직접 중국을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중국을 직접 거명하고서 작심이라도 한 듯 그동안 쌓아 두었던 중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통신은 우선 북중 우호관계를 훼손한 당사국이 중국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국이 한중 수교를 이유로 북중 혈맹관계를 걷어찼다고 25년전 과거 일을 끄집어 냈는 가하면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2015년 9월 베이징(北京) 전승절 열병식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했던 일을 나열하면서, 그런 북한 무시 행보가 이번에 미중 간 대북제재 공조로 이어졌다는 논리를 폈다.

중국이 북중 우호관계를 통째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라고 할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러면서 "우리 두 나라 사이의 '붉은 선'은 그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의 존엄과 이익,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핵은 존엄과 힘의 절대적 상징이며 최고 이익"이라며 핵무기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식으로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이에 질세라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환구시보는 4일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이 나온 지 3시간여 만에 인터넷판인 환구망(環球網)을 통해 '북한과 논쟁하지 말고, 북핵 보유에 타협하지 마라'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논평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이 중국을 비판한 세 번째 논평이자 직접 '중국'을 거론한 첫 번째 논평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논평이 북한의 핵실험 추진을 변호하고 있고, 중국이 주장하는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 피해 등 동북 3성 안전 위협론을 반박하고 있다"며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어 북한은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비이성적인 사고에 빠져있다며, 중국이 이런 비이성적인 주장에 대해 맞설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말하고, 북한은 북한의 입장을 밝히면 된다"며 "중국은 우리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레드라인이 어디까지 인지,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어떤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인지만 알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아울러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보유는 북중 양국이 1961년 체결한 '북·중 상호원조 조약'에 위배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북한 핵무기로 인해 긴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중국은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방 중국보다는 핵무기 보유가 중요하다는 북한에, 중국은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로 맞선 형국이다.

환구시보는 그러면서도 "중북관계의 주도권은 의심할 것 없이 중국의 손안에 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중국을 거론하든 안 하든 몇 편의 중국 비판 문장이 중북관계의 논리와 형세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밝혀, 확전 자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양국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환구시보는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지난 2월 이후 상대국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여가며 '언론 대리전'을 펴고 있다.

북중 관계 붉은 선(레드라인) 넘고 있다 (PG)
북중 관계 붉은 선(레드라인) 넘고 있다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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